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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과 민족의 미래

등록일 2016-04-04 02:01 게재일 2016-04-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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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룡<br /><br />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은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를 비춘다. 고산 윤선도(1587~1671)는 고산유고(孤山遺稿) 국시소(國是疏)에 `과거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기가 쉽고 현재의 일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기가 어렵다. 그러니 과거의 일이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하고서야 현재의 일이 옳고 그름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라고 적고 있다. 그 이유는 과거의 일은 자신들과 관련되어 있지 않고 그 실상도 이미 다 드러나 있지만 현재의 일은 자신들과 관련되어 있고 그 실상도 채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릴 수 있는 단초는 곧 과거를 바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분별 기준이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 아닌 상대적인 `이해관계`가 되어버린다면 그릇된 역사관으로 우리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고 본다.

윤기(1741~1826)는 그의 무명자집(無名子集)에 `소위 역사가라는 자들은 모두 돈이나 받고 쌀이나 요구하며 위세와 친분에 좌우될 뿐이다.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더라도 몇이나 되겠는가. 역사책을 읽는 사람이 옛일을 살피고 널리 보는 자료로 삼는다면 괜찮지만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적고 있다. 윤기 역시 정조실록을 편찬할 때, 편찬을 담당한 관원들이 사초(史草)를 마구 고쳐 세도가에게는 칭찬과 아부를 일삼고 한미한 이들은 누락하거나 소략하게 기록하였다는 것이다. 윤기가 언급한 역사책은 국가의 감독 하에 편찬된 정사(正史)이다. 본래 역사의 편찬은 국가의 할 일이다. 역사를 편찬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이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역사책은 권력을 잡은 쪽의 입장을 대변하기 마련이다. 역사의 진실이 체제의 정통성을 위협하거나 권력자의 치부를 드러낸다면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 윤기가 언급한 것처럼 편찬을 맡은 사람들의 개인적인 견해와 감정이 개입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사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야사(野史)이다.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예실구야(禮失求野)`라는 공자의 말이 있다. 예법이 사라지면 재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법은 상류층의 생활양식으로 세월이 흐르면 예법도 바뀌거나 사라지기에 그럴 때는 민간에서 그 예법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점이 역사책에도 적용된다. 국가가 편찬한 정사가 역사의 진실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면 개인에 의해 기록된 야사에서 진실을 찾아야 한다.삼국 시대 역사책으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있다. 삼국사기는 김부식이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편찬한 정사이고, 삼국유사는 승려 일연(一然)이 혼자 힘으로 편찬한 야사이다. 정확성과 신빙성은 삼국사기가 높지만, 삼국유사에는 삼국사기에서 배제된 신화와 설화가 적혀있다. 정사는 지난 역사에 대한 국가의 공식 입장이며, 야사는 정사의 오류를 바로잡고 누락을 보충한다. 정사가 없다면 우리는 지난 역사를 일관적인 관점에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것이며, 야사가 없다면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역사를 진실로 믿는 오류를 범하게 될 것이다.

역사학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것이 자신이 살아온 한 시대의 역사를 객관적이면서 실증적으로 정리하여 후세에 길이 읽힐 역사서를 저술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이러한 원칙을 가장 충실히 수행했던 인물은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의 저자 이긍익이다. 이는 연려실기술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이 술이부작(述而不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역사서의 서술 원칙은 객관적이고 실증적이어야 한다. 우리의 역사책은 좌우 이념이라는 정치색에 편승되어 좌파 정부 10년 동안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옳고 그름`이 재정립되어 삭제되고 새로 첨가되어 굴곡졌으나, 이 시점에서 비록 늦었지만 `한국사`교재가 진실만을 바르게 기록한 역사책으로 새로 태어나 2017년 대입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다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올바른 역사를 모르는 민족의 미래는 캄캄한 밤길을 걷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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