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난민 후루이치 노리토시 민음사 펴냄 삶의지혜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로 한국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일본의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31)의 데뷔작 `희망 난민`(민음사)이 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가 사회학을 선택한 이래 줄곧 천착해 온`젊은이 문제`를 심도 있게 파고든 첫 결실이다. 그는 도쿄대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연구물을 바탕으로`희망 난민`을 세상에 내놓았고, 주요 언론은 물론 학계와 대중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희망 난민`이 화제에 오른 건 국제 NGO 단체 피스 보트(세계 평화 실현하는 세계 일주 크루즈)를 통해 현대 일본의 젊은이 문제를 절묘하게 규명해 냈기 때문이다.`희망 난민`이 출간될 당시만 해도 젊은이 연구는 학력, 노동, 범죄, 서브컬처 등의 문제와 얽혀 이뤄져 왔을 뿐 세계 평화나 환경 보호를 부르짖는 NGO 단체 등 사회 운동의 차원에서는 좀처럼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껏 젊은이는 사회 변혁의 주체로 받아들여져 왔고, 자기 찾기를 위한 방황은 당연한 미덕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저자는 근대 이후 경제 성장이 멈춰 선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쏟아지는 막중한 기대에 위화감을 느낀다. 열악한 노동 환경과 불투명한 미래의 기로에서 외딴 섬으로 변해 가는 젊은이들을 위로해 주는 돌파구로서 자주 거론되는 새로운 공동체와 사회 운동 커뮤니티. 저자는 이런 것들이 오늘날 `젊은이 문제(빈곤과 고독)`를 해소해 줄 만병통치약처럼 거론되는 사회 분위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희망 고문을 재생산하고 꿈만 좇게 하는 공동체가 노동 시장의 변두리에 놓인 젊은이들에게 어떠한 혜택을 줄 수 있을까? 피스 보트가 제공하는 세계 여행과 사회 변혁을 요구하는 구호는, 현재 젊은이들의 목을 조이는 빈곤과 외로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저자는 졸업, 취직, 결혼 등으로 이어지는 근대적 인생 경로에서 제 기능을 상실한 통과 의례와 자아성찰의 과정을 되짚어 보며, 오늘날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공동체의 실체를 낱낱이 파헤친다.
한 사회의 축소판이자 더 나은 미래를 요구하는 피스 보트 커뮤니티에서 114일 동안 집요하게 파고든 현장 조사 끝에 저자가 마주한 진실을 적었다.
오늘날 피스 보트와 같은 사회 운동 공동체는 물론, 극우 단체나 사이비 종교 단체마저도 `희망 난민`을 위로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젊은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사회 구조 자체가 젊은이를 자립한 존재로 이끌 수 없다면 자기 계발을 강요하는 담론과 그럴싸한 외양을 지닌 `새로운 공동체`는 사회와 개인을 개선할 수 없다. 그곳은 단지 젊은이들의 외로움과 승인 욕구만 어루만질 뿐, 미래의 빈곤과 냉혹한 현실까지 껴안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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