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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회의원 선거일

등록일 2016-04-13 00:51 게재일 2016-04-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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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개화<br /><br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 배개화 단국대 교수·교양학부

오늘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날이다. 지난 주말에 사전투표가 이뤄졌고 투표율은 12.19%라고 한다. 지난 20년간, 한국의 투표율은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50%대에 머무르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뽑는데 국민들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선거의 결과가 이미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결정되어 있는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의 고향인 포항도 그런 지역의 하나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씨가 6선을 했고, 그가 정계 은퇴를 한 이후에도 그가 속했던 정당의 후보들이 당선되고 있다.

필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왔다. 그 때 이후로는 포항 지역에서 이뤄지는 선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다가 2000년 중반이었나, 포항에 왔다가 필자의 본가가 있는 동네 큰 길에 필자가 고등학교 때 보았던 사람의 선거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저 사람이 아직도 국회의원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나중에 미디어를 통해서 그 분이 이상득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필자는 선거나 투표에 매우 무관심했다. 요즘 언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매우 저조하다고 언급하곤 하는데, 필자도 20대에는 그런 낮은 투표율에 영향을 미친 사람의 하나였다. 오히려 필자보다는 필자의 부모 세대가 선거에는 더 적극적이다. 필자가 한 첫 투표는 어머니의 성화 때문이었다. 김영삼 후보와 김대중 후보의 대결이 있었던 대통령 선거였는데, 어머니는 필자에게 빨리 포항으로 내려와서 김영삼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몇 번이나 전화했다. 어머니의 성화도 있고, 필자가 성인이 된 이후의 첫 대통령 선거라 어쩔 수 없이 포항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주민등록증을 분실해서 결국 투표는 못했고, 어머니의 소원은 들어주지 못했다.

그 뒤로 몇 번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지만, 필자는 몇 번 선거에 참여한 적이 없다. 현실 정치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변하게 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라는 생각이 든다. 그 때 필자는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서 보스턴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필자의 평소 경향대로 재외국민 투표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결과를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투표에 참여했던 필자의 동생들은 필자보다 더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변해 있었다.

며칠 전 한 TV방송에서 우리나라에서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심 세대는 50, 60대, 특히 50대라고 한다. 모든 세대 중에 50대의 인구수가 가장 많기 때문에 이들의 정치적 판단이 전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50대는 10여 년 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킨 동시에 현재 박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세대이다. 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투표를 했으면서도 필자의 30대 동생들과 50대가 시간이 지난 후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발생했다. 이 차이는 모두 부동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한국의 50대들은 중산층 이상이면 대체로 2채 정도의 집은 모두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푸코가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분석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소부르주아지의 국가를 기획했다. 이들은 모든 국민들이 보험, 금융 자산, 그리고 부동산 등으로 자산을 갖게 함으로써 개인 기업가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것은 당시 혁명의 가능성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방어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이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다.

필자는 오늘 투표를 하러 가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가 속한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서 아는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투표를 하러 가는 것은 교사로서 필자의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의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현실의 정치가들이기 때문에 여기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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