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오빠김언희창비 펴냄시집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이후 줄곧 날것 그대로의 상상력과 거침없는 표현으로 `환멸의 끝을 향하는 극단의 시학`을 펼쳐온 김언희(63) 시인의 다섯번째 시집`보고 싶은 오빠`(창비)가 출간됐다.`시단의 메두사`로 불릴 만큼, 첫 시집부터 네번째 시집까지 5~6년 간격으로 시집을 낼 때마다 성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과 폭력적인 언어 구사, 잔혹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매번 화제를 모으며 충격을 안겨줬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예외 없이 어느 누구도`감히`흉내낼 수 없는 독자적인 시세계를 선보인다. “얼음같이 찬 맨정신”으로 “눈빛 한번 흩트리지 않고, 예리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격렬한 자폭의 언사”(김사인 추천사) 속에 풍자와 해학, 유머와 위트가 감추어진 시편들이 섬뜩한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묘한 통쾌감과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난 개하고 살아, 오빠, 터럭 한올 없는 개, 저 번들번들한 개하고, 십년도 넘었어, 난 저 개가 신기해, 오빠, 지칠 줄 모르고 개가 되는 저 개가, 오빠, 지칠 줄 모르고 내가 되는 나도//(…)//그래도, 오빠, 내 맘은, 내 마음은 아직 붉어, 변기를 두른 선홍색 시트처럼, 그리고 오빠, 난 시인이 됐어, 혀 달린 비데랄까, 모두들 오줌을 지려, 하느님도 지리실걸, 낭심을 꽉 움켜잡힌 사내처럼, 언제 한번 들러, 오빠, 공짜로 넣어줄게”(`보고 싶은 오빠`부분)
김언희의 시는 불편하다. 때로는 불쾌하고 역겨운 감정마저 일으킨다. 그러나 시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직설적이고 명쾌한 어법으로 한치의 망설임이나 타협도 없이“먼눈을/시퍼렇게 두리번거리면서”(`이렇게’) 온갖 비속어와 신성모독이 넘치는 극단의 세계로 시를 밀고 나간다.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철저한 자기부정, 언어에 대한 회의와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욕망”(김남호, 발문) 등으로 미뤄볼 때, 상투적인 것을 가차없이 베어내며 `느닷없는 돌기`처럼 툭 튀어나온 듯한 그의 시는 다분히 `전위적`이다.
기존의 윤리와 도덕, 그리고 왜곡된 욕망에 억눌린 사회의 관습을 깨뜨리고자 시인은 “입에 담을 수 없는 곳에서/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눈을 뜨는”(`캐논 인페르노`) 생의 굴레를 무릅쓰며 “하는 수가 없어 나는/나의 배를 가”르기도 하고 “하는 수가 없어 나는 나의 늑골을 톱질”하기도 하고 심지어 “섬벅섬벅 뛰는 심장을/꺼내”(`푸른 고백`) 우리 손에 쥐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체념과 달관의 사이에서 시인은 권위적인 “세계와 맞서는 치열한 단독자”(김남호, 발문)로서 “찍소리도 없이 꿔야 할 꿈들”(`보고 싶은 오빠`)을 꾸기도 하면서, “값비싼 호박(琥珀) 속의 값비싼/버러지”(`말년의 사중주`) 같은 자신의 정체성을 되묻고 “나의 지저분”(`안녕들하시다`)하고 “파렴치한”(`그라시아스 2014`) 시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