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두 과학갈릴레오 갈릴레이사이언스북스 펴냄과학
현대 과학의 연구 범위는 이미 인간의 지각 수준을 넘어섰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환경 속에서 존재하는 그 무엇을 찾아내고 연구하기 위해 열정을 쏟는다. 하지만 불과 400년 전만 해도 과학은 눈에 보이는 것 또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에 의존했다. 그런 상황에서 인위적인 실험과 적절한 장치를 통해 가설을 검증하고 이론화하는 과학적 방법론의 탄생은 과학의 혁명, 더 나아가 인식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대사건이었다.
그 혁명의 선두에 서 있던 인물이 16세기 이탈리아의 자연 철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년)였다.
`새로운 두 과학: 고체의 강도와 낙하 법칙에 관하여(사이언스북스)`는 첫 출간(민음사, 1996년) 후 20년 만에 갈릴레오의 젊은 시절 수학 노트를 추가하고 번역과 디자인을 새롭게 하여 나온 책으로 대중들에게 물체의 운동 법칙을 소개하는 최초의 근대 역학 교과서라 할 수 있다. 1638년 가톨릭교회의 검열을 피해 네덜란드에서 출간된 이 책은 `대화`로 인해 종교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갈릴레오가 자택에 연금된 채 눈이 멀어가는 와중에 완성한 근대 물리학의 고전이다.
운동은 고대 그리스부터 내려오는 매혹적이면서도 난해한 문제였다. 하지만 갈릴레오는 과감하게 매개 도구와 실험을 통한 측정 그리고 사고 실험을 과학 연구에 도입했다. 그 결과 인간은 불완전한 감각의 한계를 넘어서 진리의 문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새로운 두 과학`을 통해 갈릴레오와 함께 새로운 과학이 탄생하는 순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대화`와 같이 살비아티, 사그레도, 심플리치오라는 세 인물이 등장해 나흘간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살비아티는 갈릴레오의 운동 이론을 소개하고, 심플리치오는 당시 학계 정설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을 대변하며, 사그레도는 교양 있는 일반 시민을 상징한다. 그리고 갈릴레오는 `동료 학자`로 등장한다. 이 책은 세 사람은 나흘간 물체의 응집력, 강도와 부피와 길이의 관계, 물체의 등속도 운동, 가속도 운동, 포물선 운동에 대해 `동료 학자`가 쓴 책을 같이 읽으며 자유롭게 토론한다.
물리학의 탄생을 우주 대폭발 사건에 비유한다면 갈릴레오의 `새로운 두 과학`은 대폭발 전에 존재한`우주의 알`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매개 도구를 통해 실험을 설계하고 해석하는 갈릴레오의 전통은 더 나은 도구와 장치로 관찰과 실험의 영역을 넓혀 나가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것을 통해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는 과학의 진보를 이끌었다. 갈릴레오의 위대한 유산은 `새로운 두 과학`이 출간된 지 4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과학이 미답의 경계를 허물고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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