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PK로 갈라선 새누리 <BR> 이해충돌로 내부갈등 우려 <BR> 더민주는 가덕도 유치 총력 <BR> 국민의당도 힘 보태는 양상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 선정 문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공항 입지선정 결과에 따라 영남지역 민심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지로는 대구·경북(TK)이 미는 경남 밀양과 부산지역이 지지하는 부산 가덕도가 경합하고 있는데, 이달 내로 입지를 결정하는 정부의 연구 용역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만약 밀양으로 신공항 유치가 결정될 경우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추진해온 부산지역 여론은 크게 악화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신공항이 가덕도로 결정될 경우 박근혜 정부의 지지 기반인 TK지역 민심 역시 상당히 이반될 수 있다.
문제는 두 지역 모두 그동안 여당의 텃밭으로 꼽혀 온 지역이란 점이다. 더구나 지난 총선에서는 TK지역에서 2석, PK(부산·경남) 지역에서 5석 등 더불어민주당이 영남지역에서 7석을 가져갈 만큼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어서 정치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TK와 부산지역의원 간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려 지도부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영남내 지역갈등이 표면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1일 오전 김해공항 가덕이전 시민추진단과 면담을 갖자 TK 의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칫 신공항 입지선정 결과가 내부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구 3선인 조원진 의원은 “홍준표 경남지사도 `물구덩이보다는 맨땅이 낫다`고 했듯 신공항 핵심은 경제활성화 견인이고 이에 가장 걸맞은 지역은 밀양”이라면서 “TK도 가덕도로 가게되면 엄청난 정치적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을 알면서도 용역결과를 수용하겠다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반해 부산 재선인 하태경 의원은 “가뜩이나 이번 총선에서 부산이 야당에 5석이나 내어준 상황을 감안할때 신공항이 TK로 넘어가면 PK 여권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의견이 나눠 한쪽 편을 들기가 곤란한 새누리당과 달리 더민주는 부산지역 의원 5명들이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나서고 있고, 지도부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미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총선 이후 부산을 찾아 가덕도 유치를 강조했고,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예정에 없던 김해공항 가덕 이전 시민추진단과의 면담 일정을 추가했다. 이는 지난 총선에서 교두보를 마련한 기세를 몰아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계기로 삼아 내년 대선에서 부산지역의 민심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민주 김영춘 최인호 박재호 전재수 김해영 등 부산지역 의원 5명은 20대국회 첫날인 지난달 30일 `가덕신공항 유치 비상대책본부`를 발족키로 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더민주는 가덕도 신공항 유치가 불발될 경우 대대적인 정치쟁점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 의석이 없는 국민의당 역시 기본적으로 연구 용역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가덕도 유치에 힘을 보태는 듯한 인상이다. 지난달 23일 부산을 방문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선정기준은 국익이 최대화되고 관련된 산업의 발전을 훨씬 더 신속하게 잘할 수 있고 경제인들의 편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발언 전후 사정상 가덕도 유치에 비중을 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공항은 백년대계의 국익 관점에서 하는 것이지 정치적 고려로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익 관점에서 전문가들이 결정할 뿐 정치적 요소는 개입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