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나라 차다!” 여기저기서 같은 탄성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새벽에 도착하여 잠도 몇 시간 못 잔 학생들이지만, 다른 문화를 배우려는 의욕은 대단했다.
그러다 발견한 “우리”에 모두가 놀랐다. 학생들이 발견한 건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에서 생산한 국내산 자동차! 학생들의 얼굴엔 피곤함보단 자부심이 한가득 피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어느 학생이 외쳤다. “선생님, 저기 있는 차 이름은 뭐예요? 우와 정말 많다.” 어느 학생의 말이 멈춘 곳에는 일본산 차가 있었다. 그 차를 보는 순간 작년 사전 답사 때 들은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 떠올랐다.
“한 때 울란바토르 도로에는 한국 차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리고 한국 차들에 대한 인식도 매우 좋았다. 하지만 일부 비양심적인 무역상들이 들여 온, 홍수 때 물에 잠긴 차들 때문에 한국 차는 인기를 잃었다. 그 자리에 일본 자동차들이 들어왔다.”
한번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얻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필자가 전해준 말에 학생들은 크게 실망하였다. 학생들의 실망감을 부추기기라도 하듯 일본 자동차들이 학생들을 빤히 들여다보며 울란바토르 시내를 활보하였다. 그럴수록 학생들은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국산차를 찾았다.
오후에 있을 `한국·몽골 청소년 문화교류`에 앞서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오전에 자이승 전승기념탑 전망대, 이태준 기념공원, 북드칸 궁 등 몽골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본 자동차에 의해 상해버린 자존심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듯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도 학생들은 몽골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준비해 간 교재를 읽고 또 읽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더 부끄럽게 만든 건 역시 대한민국 어른들이었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해외여행 패션에 대해 국내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적이 있다. 바로 그 유명한 등산복 패션! 필자는 그 유명한 등산복 패션의 실상을 몽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었지만 몽골에서 본 등산복 패션의 한국 어른들은 분명 아이들에게 같은 대한민국 사람임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대한민국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지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애국지사 이태준 선생 묘`라고 적힌 비석 앞에서 학생들은 감사와 추모의 묵념을 올렸다. 학생들이 지나간 자리에 몇 몇 등산복 어른들이 같이 묵념을 하였다. 다른 문화재에 대한 이해 없이 마치 전세를 낸 양 떠들썩하게 의미 없는 사진을 찍을 등산복 어른들 옆에서 학생들은 소련이 기증해주었다는 전승 기념탑 안의 모자이크 그림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전 울란바토르 지역사회 탐방을 마친 학생들은 한몽 청소년 문화교류 행사장인 몽골 쎈뽈 초등학교로 향했다. 학생들은 한 달 이상을 몽골 원어민 선생님을 초빙하여 몽골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얼굴엔 새로운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쌤베노!”라고 하자 “안녕하세요!”라는 답이 메아리 되어 돌아왔다. 비록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그리고 모든 정성을 모아 양국 인사말로 첫인사를 나누는 학생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국어와 몽골어로 `교육과 나눔, 그리고 지구`라고 적힌 현수막이 뜨겁게 응원해주었다. 이미 서로를 인정한 학생들에게 언어는 더 이상 그 어떤 장벽도 되지 못했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지난 몇 달 동안 태권도, 사물놀이, K-POP, 윷놀이, 제기차기, 공기 등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몽골 학생들을 위해 태권도복을 준비하였고, 무겁고 번거로울 수도 있었지만 사물놀이 악기들을 직접 몽골까지 들고 왔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양국 학생들은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울려 퍼지는 태권도의 우렁찬 함성소리와 흥겨운 사물 가락, 그리고 신나는 K-POP 등은 앞으로 이 학생들이 꽃피울 문화 융성 시대는 물론 나무로 넘칠 사막을 예견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