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원내대표, 김희옥 비대위원장에 사과<BR>金 위원장 “진정성 있다면 수용”… 봉합 국면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이 일단 봉합수순에 들어갔다.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무소속의원들의 복당을 주도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을 만나 회의 과정에서의 강압적 언사에 대해 사죄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 원내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논현동 김 위원장 자택 근처 한 커피숍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비대위 회의과정에서의 강압적 태도와 언사에 대해 사과했다. 김 위원장도 “진정성이 있다면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수용했다. 그러나 당무 복귀 요청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복당결정으로 인한 내분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면하게 됐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김 위원장에게 “복당 처리 과정에서 너무나 거칠고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언사를 행한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저 스스로를 많이 자책했다”며 “아무쪼록 마음을 푸시고 이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새누리당이 8월 9일 전당대회를 원만히 치를 수 있도록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여러 상황이 유감스럽다”며 “나는 진정을 가지려 했는데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이 든다”고 응대했다. 그는 “나는 당에 있던 사람도 아니고 시민처럼 밖에 있던 사람”이라며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정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상황을 겪으며 보건대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고, 또 애당심이나 동지애도 그 자리에 없었다”면서 “신뢰도 없고 윤리와 기강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당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어떻게 혁신을 해 나갈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심한 자괴감과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약 20여분간 진행됐다. 김선동 비대위 비서실장과 지상욱 당 대변인이 배석했다. 모두 발언 공개 후에는 김 위원장과 정 원내대표, 지 대변인이 비공개로 커피숍 내 별도 공간에서 회동했다.
김 위원장은 회동을 마치고 나와 기자들과 만나 “정 원내대표의 사과는 진정성이 있다면 수용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회동 후 “김 위원장님은 워낙 올곧고 깨끗한 분이신데 헌법재판관 끝나시고 대학에 가 계셔 정치판의 현실에 대해 너무 몰랐다는 말씀을 하시더라”며 “그날 진행상황이 당혹스러우셨던 것 같아 정말 죄송스럽고, 자책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 원내대표는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을 결정했던 지난 16일 비대위 회의 도중, 김 위원장이 다수 비대위원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복당안 표결을 거부하자 “뚜렷한 이유 없이 표결을 거부하는 것도 중대 범죄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말해 김 위원장의 격분을 샀다. 이후 김 위원장은 17일로 예정됐던 고위 당정청 회의 등 각종 당무를 거부하며 칩거해왔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정 원내대표의 사과와 비박(비박근혜)계 비대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당내 갈등이 다시 증폭됐다. 하지만 이날 회동이 전격 성사되면서 정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20일)을 앞두고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국면에 접어들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