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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만원의 힘? 효율적 이타주의

등록일 2016-07-15 02:01 게재일 2016-07-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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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산자연중학교 맞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산자연중학교입니다.” 7월 들어 필자는 거의 전화기 앞에 붙어살고 있다. 왜냐하면 7월 초에 전·입학 설명회가 있었고, 또 7월 말에 진학캠프가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 무슨 입학 설명회를 하느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미리 말씀드리면 산자연중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학생을 배정받아 운영하는 학교가 아니라 입학 전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전국 단위 모집 중학교이다.

처음에 전화 받았을 때는 단순한 입학 상담 전화라고 생각했다. 목소리에 묻어나는 연륜으로 보아 손자 손녀를 위해 전화를 하신 것으로 판단되어 그렇게 상담을 진행하려고 머릿속으로 로드맵을 짰다. 그런데 그것은 타성(惰性)이 가져다 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기부를 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가요?” 기부(寄附)라는 말에 필자는 모든 생각이 꽁꽁 얼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정적을 만든 것도, 또 정적을 깬 것도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였다. “지난 번 모금 오셨을 때 너무 적게 낸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필자를 비롯한 산자연중학교 교직원들은 대한민국 1%를 꿈꾸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교육부와 경상북도 교육청의 무관심으로부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대구 경북에 있는 성당을 돌며 교실 신축 기금을 모으고 있다. 지난주에는 대구 어느 성당을 다녀왔는데, 그 때 정성을 모와주신 분이었다.

“네, 가능하십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 분께서는 말씀하셨다. “좋은 일 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더 보태고 싶습니다. 470만원을 더 보내겠습니다.” 금액을 듣고 필자는 또다시 얼음이 되었다. “적지만 좋은 일에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필자는 어느 순간부터 일어서 있었고, 공손히 손을 모은 채 전화기 너머의 독지가(篤志家)에게 큰 인사를 하고 있었다.

필자의 머릿속엔 순간 김밥 할머니가 떠올랐다. 언젠가부터 김밥 할머니는 우리 사회 기부의 상징이 되었다. 충남대학교에 50억을 기부한 이복순 할머니, 어린이 재단에 3억을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의 공통점은 모두 김밥 할머니이다. 두 할머니는 평생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내놓았다. 우리 사회에는 이 두 할머니 이외에도 빈 병을 모아 가난한 학생들에게 교복을 사준 박순선 할머니, 노점상을 하며 번 돈을 충북대학교에 쾌척한 김화임 할머니 등도 있다. 이 분들이야 말로 위태위태한 이 나라의 진정한 버팀목이다.

그런데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김밥 할머니들을 포함해 이 나라 국민들의 99%를 개, 돼지로 만들어버렸다. 더 나아가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라고까지 말하면서, 자신은 1%에 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과연 그는 어떤 노력을 하였기에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랐을까.

수년 동안 필자는 산자연중학교 학부모들과 함께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받고 있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진정을 넣었다. 진정의 요지는 각종 학교 학생들도 헌법이 보장한 의무교육혜택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늘 한결 같았다.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처음에는 정말 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개, 돼지 발언을 보면서 교육부의 불편한 진실을 정확히 알았다. 국민들을 개, 돼지라고 생각하는 교육부 관료들에게 대안학교 학생들이 학생으로 보일 리가 없었을 것이다. 이 나라 교육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부일까? 혹 1%를 위한!

그 나라의 미래는 교육에 달렸다고 한다. 교육을 책임지는 곳은 교육부이다. 그럼 이 나라의 미래는 어떨까. 정말 암담하다. 사회학자들에 의하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극으로 치닫고 있는 양극화이다. 그 양극화의 주범이 새로운 계급을 만들고 있는 교육부라고 하면 너무 지나칠까.

신뢰가 무너진 이 나라에는 공직후보 국민추천제라는 것이 있다. 혼돈에 빠진 이 나라 및 이 나라 교육을 구할 최적임자로 김밥 할머니와 대구의 기부 천사를 교육부 수장으로 정식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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