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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된 위험

등록일 2016-07-18 02:01 게재일 2016-07-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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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 김학주 한동대 교수·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학부

브렉시트 이후 최대의 수혜자는 힐러리 클린턴이다. 트럼프의 이기주의가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세는 상생이다. 인체에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면역력이 극대화되는 것처럼 브렉시트 이후 세계경제는 살기 위해 스스로의 방어 수단을 끌어올리고 있다. 즉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일사불란하게 통화 및 재정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공조 속에 위험자산 가격도 안도 랠리(rally)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사드(THAAD) 배치는 군사외교적으로 예민한 문제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즈 등 세계 주요 경제지에 미미하게 다뤄졌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외교적 갈등이 경제로 번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지금 세계경제가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으므로 경제적인 화풀이는 `사치`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6월 비농업 고용은 5월의 충격을 딛고 28만7천명을 기록하며 서프라이즈를 보였다. 이런 호재가 증시 반등을 돕고 있다. 사실 비농업 고용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다.

보수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비농업 고용이 3개월 후에 전수조사가 완료되므로 3개월 이동평균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수치가 2015년 22만명, 2016년 1분기 20만명, 2분기 15만명이므로 감소 추세라고 주장한다. 반면 낙관적인 사람들은 어쨌든 5월 1만1천명의 쇼크는 지났고, 그 이유가 에너지 부문에서의 회복이므로 다음 달 수치도 적어도 15만명 이상의 편안한 상태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북미의 쉐일가스 유전은 쉽게 가동을 멈췄다가 재개할 수 있는데 지난 수개월간 유가가 반등했으므로 이 설비들이 재가동되며 고용도 회복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런데 미국의 고용이 견고하더라도 기업들 실적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미국의 대규모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실적이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생산성이 하락하고 영업이익률이 떨어진다. 최근 미국 금융기관의 실적 개선은 원자재 가격 반등에 따른 관련 파생상품 가격 회복의 뒤늦은 반영일 뿐이다. 이제는 미국의 수요 회복이 나머지 국가들을 구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도 많이 늙었다.

결국 저성장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잠복해 있는 가운데 자산가격 거품을 만들어 이를 숨기는 과정이 되풀이 되고 있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것 자체가 거품의 증거이다. 이제는 투자자들도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지며 긴장의 끈을 놓고 있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는 그날은 도적같이 이를 것이다.

한국에서 잠복된 위험의 예를 찾아보자.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10년후에는 한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한국의 성장이 미국을 하회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예전에는 해외 달러자산 투자를 위한 환 헤지(hedge)시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은 만큼 선이자(carry)를 받았다. 3년전에는 1.5%~2.0%, 작년에는 0.5%~1.0%정도였으나 이제는 금리차가 없어지며 선이자도 소멸됐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들의 해외 채권투자가 위축됐고, 그들은 국내국고채 투자에 집중한다. 그럴수록 국내 채권금리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원하는 금리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장기채를 사게 된다. 그런데 장기채는 시중금리가 조금만 상승해도 채권가격이 급락한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기관은 적다. 즉 가격변동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또 시가평가로 인해 금융기관의 자본이 잠식될 수도 있다.

이렇게 잠복된 위험 때문에 주식 같은 위험자산이 안도 랠리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안전자산 가격이 크게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동반 상승한다. 그렇다고 이들 자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지는 못한다. 제한된 범위 안에서 방향성을 가질 수 없어 출렁일 뿐이다. 그렇다면 안전자산이 더 나은 선택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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