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올림픽 경기가 한창이다. 원래는 올림픽 경기는 보지 말고 연구에 집중하자는 것이 올 여름 필자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35도를 넘는 폭염에 에어컨 없이 선풍기 바람으로 버티다 보니,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올림픽 경기들을 보게 되었다. 며칠 전이었나, 자다가 더워서 평소보다 일찍 깨보니, TV에서 펜싱 경기를 방송하고 있었다. 에페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의 경기였다. 그 경기를 보면서 필자는 삶의 태도랄까 그런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필자도 오랜 시간을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앞만 보고 살아온 것 같다. 특히 대학원 입학 이후에는 정말 생계와 연구, 이 두 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신없이 살아왔던 것 같다. 지난 시간 동안 필자는 늘 과거에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거나 미래에 이룰 것에 대해서 공상하며 살았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현재의 필자는 늘 불평불만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보니 잘 웃지도 않고 짜증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타인과 대화할 때도 상대방을 편치 않게 했고, 필자 자신도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불편해서 늘 연구실에서 혼자 있었다.
마음속에는 무언가 목표에 대한 의식이 있었고, 이것을 성취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이런 마음은 뭔가 목표하는 일에 장애물이 생겼다고 느낄 때 초조함이나 집착으로 변한다. 혹은 자폭하는 심정이 되기도 한다. 한 때 공부하는 것이 너무 지겨워져서, 이렇게 연구실에 혼자 앉아 공부하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이것을 해서 나라를 구하는 것도 인류에 공헌하는 것도 아닌데, 하는 허무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박상영 선수는 14대 10으로 거의 끝난 것처럼 보이는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연속으로 5점을 딴 것이다. 그 순간 상대방은 속수무책인 것으로 보였다. 박상영 선수가 점수를 한 점씩 따갈 때마다 필자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듯한 순간이었다. 필자를 포함해서 관객들은 모두 그 순간 그의 승리를 마치 나의 승리인 것처럼 환호했을 것이다.
더 욱사람에게 감동을 준 것은 박상영 선수의 인터뷰였다. 승리를 위한 전략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전략은 없고 올림픽을 즐기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한 경기 초에는 금메달을 따야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에 경기를 생각대로 잘 풀지 못했는데, 마지막 순간 마음을 비우고 이 순간을 즐기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마음을 비워야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자주 듣는다. 하지만 이 말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20살 밖에 되지 않은 청년의 말에서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격언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 청년은 실제로 그렇게 해서 원하는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마음을 비울 수 있을까? 그것은 현재를 즐기는 마음에서 나온다. 현재를 즐기는 마음이란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을 즐기는 마음이다. 지금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지금에 집중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당장의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현재에 집중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러한 불안과 초조와 싸우는데 자신의 소중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올림픽을 통해서 성공, 노력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 올림픽이 우리에게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인 것 같다. 타인의 경험에서 따라할 만한 소중한 교훈을 얻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필자가 배운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현재를 즐길 수 있는 사람만이 마음을 비울 수 있다. 그리고 마음을 비울 때 사람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