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합의번복으로 추경 무산” 비난 나섰지만<BR>`거대야당` 견제할 별다른 대책 없어 속앓이만
야당의 합의번복으로 추경예산안 처리가 무산되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당의 횡포에 대해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면서 추경예산안 처리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은 31일 의원총회에서 전날(30일) 처리키로 했던 추경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합의를 무시한 날치기를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며 “의석수의 힘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라는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야당은 자기들이 소수일 때는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발목을 잡고 억지를 부리더니 이제 국회 의석 숫자가 많아지니까 다수의 횡포를 부린다”면서 “이렇게 되면 우리가 야성(野性)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20대 국회를 협치의 국회로 만들자고 약속한 게 얼마나 됐다고 야당은 스스로 `집권야당`이라고 할 정도로 안하무인”이라면서 “야당의 폭거라고 밖에 할 수 없으며, 더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30일 오전 9시에 추경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두 야당도 각자 의총에서 추인까지 받았던 사안인데, 그 의총에서 받은 추인도 특정 야당인사에 의해서 무산되는 일이 자꾸 반복되고 있다”면서 “야당은 누리과정예산을 위한 지방교육채 상환, 개성공단 예비비 증액 등 당초 추경 비목에는 없던 새로운 조건을 내걸고 추경처리를 막아서고 있는 데, 언론에서조차 이런 야당의 행태를 곁다리 끼어넣기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 원내대표는 “그러나 우리는 집권여당이다. 인내를 갖고 계속 추경안 처리를 위한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면서 “야당은 구조조정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분들, 명절을 앞두고 직원들 월급 걱정에 노심초사 하는 자영업자들, 경기침체로 울상 짓는 지역 상공인들에게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마시길 바란다”며 추경예산안 처리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 참석했으나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으며, 이에 진행을 맡은 이양수 의원은 “이 대표의 말씀 순서가 있으나 야당의 행태가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말씀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본예산 심사·처리에 앞서 처리해야 할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가 여야 간 잇단 합의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연되면서 여당의원들이 과거 야당의원들이 늘 하던 `다수의 횡포`를 강하게 성토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내에서는 여소야대 정치지형이 빚어낸 거대야당에 이대로 끌려가선 안된다는 주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응할 만한 수단이 별로 없다는 게 딜레마다.
실제로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두 야당을 겨냥, “숫자의 힘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용납하고 응석으로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원칙과 정도를 사정없이 무너뜨리는 야당에 대해 아주 단단한 각오를 갖고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위에서 보이는 야당의 행동은 위헌적 폭거”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위헌을 일삼는 야당은 국정을 담당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런 강경 발언과 날선 비판을 내놓고 있지만 20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를 앞둔 당 지도부는 `거대 야당`을 견제할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을 의식한 듯 속앓이만 계속하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