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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도 끝도 없는 적개심과 사악함이 도처에 출몰한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6-10-21 02:01 게재일 2016-10-2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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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바다도종환 지음창비 펴냄·시집
▲ 도종환 시인
▲ 도종환 시인

서정과 현실을 아우르는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언어로 삶의 상처를 위무하고 세상의 아픔을 달래는 서정의 세계를 펼쳐온 도종환(62) 시인의 시집`사월 바다`(창비)가 출간됐다.

신작 시집으로는 2011년 여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이후 5년 만이다.

사별한 아내를 그리며 쓴 시`접시꽃 당신`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더불어민주당 재선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시인인 이번 시집에서“밑도 끝도 없는 적개심과 사악함이 도처에 출몰하는 견탁의 세상에 산다”(`서유기 3`)며 볼품없는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내보인다.

“정치공학만 난무하는 오늘날 한국의 정치판에서 겪은 내상의 흔적들”(최원식, 발문)로, 지난 4년간 “고통과 절규와 슬픔과 궁핍과 몸부림의 현실” 속에서 “온몸에 흙을 묻히고,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시인의 말) 불의한 시대에 맞서 아름다운 세상을 일구고자 하는 간절한 심정으로 써내려간 견결한 시편들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서정의 깊이와 격과 감동”이 어우러진 가운데 슬픔을 희망으로 바꾸는 “사무치는 위로가 있는 매혹적인 시집”(박성우, 추천사)이다.

“산짐승은 몸에 병이 들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다/숲이 내려보내는 바람 소리에 귀를 세우고/제 혀로 상처를 핥으며/아픈 시간이 몸을 지나가길 기다린다//나도 가만히 있자”(`병든 짐승`전문)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치욕스러운 고통 속에서도 시인은 “내게 오는 운명을 사랑하리라”며 “쓰러질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하고 뉘우치고 또 나아”(`아모르파티`)간다. “사람에게서 위로보다는 상처를 더 많이 받”(`해장국`)으면서도 절망에 잠기거나 포기하는 대신 “불가능한 것을 꿈꾸”(`별을 향한 변명`)며 사랑을 실천하는 길을 걷고자 한다.

“그날은 오지 않을지 모른다/누구에게든 그날은 잠시 머물다 가고/회한과 실망과 배신감만이 길게 남을지 모른다/그래도 그날을 향해 또 가야 한다는 생각에/마음이 아팠다/어느 시대에도 그날은 오지 않았는지 모른다/그날이 우리 곁에 왔다고 말하던 시절에도/내 하루의 삶이 그날로 채워져 있지 않았으므로/다시 그날을 기다려야 했다/일상이 그날인 그날까지 다시 가야 한다고/나를 다독이며 마음 아렸다”(`그날`부분)

특별히 이`사월 바다`는 시낭송 오디오북을 무료로 써비스하는 `더책 특별판`으로 제작돼 도종환 시인이 직접 고르고 낭송한 열두편의 시편들과 시인의 말 등을 시인의 목소리뿐 아니라 영상으로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이번 시집에 실린 `화인`이라는 시에 싱어송라이터 백자가 곡을 입힌 동명의 노래를 같이 감상할 수 있도록 뮤직비디오도 수록했다. 시인의 육성으로 직접 듣는 시편들에는 시인의 호흡과 느낌이 그대로 실려 있어 시의 감동을 더 실감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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