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일 만
아내를 안아보면 남모를 공간이 출렁
속살 사이로 바람 새는 소리 난다
이를테면
내 가슴을 찌르던 장밋빛이라던가
햇살 꽉 찬 빛구슬이라던가
먼발치에서도 환한 꽃사태라던가
몸을 빠져나간
바람은 이제 무엇으로 남는가
무한대천 세상에서 인연 닿아
살 맞대고 살다 갈 우리
헤아려 보면 무엇으로도 규정지을 수 없는데
사람살이가 저 혼자 빛나는 것은 아니어서
서로 몸 부비며 사는 것이어서
주름진 몸 거기 뼈 마디마디에
웃음과 회한과 시끄러운 강물소리 뒤범벅이다
헛헛해진 생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 바람, 바람
잡아라!
청춘이 시절 천연(天緣)으로 만나 살가운 세월을 함께한 아내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이제는 주름진 몸에 새겨진 웃음과 회한과 시끄러운 강물소리를 꺼내보는 시인을 본다. 아내와의 한 생을 얘기하면서 시인은 더 나아가 그가 꿈꾸고 희망했던 이상이 이제는 이룰 수 없는 바람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회한이 진하게 나타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쉬 버릴 수 없는 이상실현에 대한 의지는 마지막 부분에서 `바람 잡아라`라는 데서 읽혀지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