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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국회 추천총리 제안 거부 왜?

김진호기자
등록일 2016-11-10 02:01 게재일 2016-11-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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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국회 추천 총리`카드를 거부함에 따라 정국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있다.

당초 야권이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수습책의 하나로 제시했던 `국회 추천 총리`카드를 야권이 거부한 이유는 뭘까.

모호한 내치·외치 기준

`사드` 문제 보더라도

美협상은 外治-주민설득은 內治

권한 두고 충돌땐 해결법 없어

대통령 `2선 후퇴` 해도

국군통수권·국무위원 임명 등

`법적권한`은 대통령이 가져

국회통과 법률 거부권도 문제

야권은 박 대통령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권한을 이양할지가 불분명하고, 2선 후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면서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야권이 주장하는 `2선 후퇴`는 법적 용어가 아니어서 해석이 제각각이고, 설사 거국중립내각이 출범한다 해도 총리와 대통령간에 권한을 두고 충돌할 경우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우선 총리는 내치, 대통령은 외치를 맡는다지만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내치와 외치를 무 자르듯 나누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국의 핵심 현안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경우 미국과의 협상 분야는 외치에 해당하지만, 사드 배치 예정지역 주민을 설득하는 문제는 내치에 해당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 역시 중국과 협상을 하는 문제는 외교사안이지만, 해양경찰에 대한 지휘는 내치의 영역이다. 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 역시 해당 국가와의 협상은 외치에 해당하지만, 농축산업 등 피해 업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들 업종 종사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은 내치와 직결돼 있다.

야권이 주장하는 대로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한다해도 문제는 남는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이 국군 통수권의 향방이다. 헌법 제74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군을 통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리에게는 국군 통수권이 없다는 말이다. 특히 북한이 도발을 하는 등 교전이 발생해 국가 안보가 위협을 받는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또 헌법 제104조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있다.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난다고 해도 현행 헌법에서 총리가 대법원장을 임명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장 역시 마찬가지다.

청와대가 말한 것 처럼 신임 총리에게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정치적 권한`을 준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국무위원을 임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헌법 제87조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이 4대 권력기관장으로 통하는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에 대한 임명 권한을 쉽게 놓을 수 있을지도 문제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누가 하느냐로 논란이 일 수 있다. 헌법 제5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국회추천 총리`카드를 거부한 것은 총리의 권한범위나 2선 후퇴 등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카드를 덜컥 받아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인한 국정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정치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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