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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민심이 바란다

등록일 2016-11-18 02:01 게재일 2016-11-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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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요즘에는 뉴스가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틱하고 재미있네요.”

최근 TV뉴스를 보던 집사람이 시니컬한 표정과 함께 털어놓은 뉴스 시청평이었다. 한국 드라마가 재미있기로는 세계에서 손꼽힌다던데, 어떻게 뉴스가 더 재미있을까. 쓴 웃음만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요즘 뉴스에서는 `비선 실세 최순실 주연, 박근혜 대통령 조연`의 막장 드라마가 매일 저녁 방영되는 판이니 이런 소리 들어도 싸다 싶었다. 더구나 주연배우에 소문만 무성하던 비선실세 최순실이 등장하고, 조연배우로 현직인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하니 두번 다시 섭외하기 힘든 출연진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 그렇다해도 TV드라마를 자주 보지않는 내가 무슨 말을 하랴 싶어 우물쭈물 대답을 망설였다. 별 대꾸를 않는 게 의외라 여겼을까, 집사람이 연이어 던진 카운터 펀치 2탄. “청와대 출입기자로 일하면서 최순실씨 보거나 만난 적 없어요? 그런 사람 미리 알았으면 우리도 팔자 필 뻔 했네요.”

설마 최 씨와 모른다고 나무라는 것은 아닐테지만 왠지 내가 법당 뒤로 다닌 것 아닌가 반성하게 만드는 일갈이다. 그렇다고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달려들 순 없는 일. “이 사람아, 내가 무능한 탓에 큰 집 구경은 안해도 되쟎나.”무안한 나로선 무능을 실토하는 선에서 급마무리해야 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파문은 가히 충격적이다. 대통령 연설문 수정에 이어 청와대를 무시로 드나들고,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미리 받아보았다거나 미르·K스포츠 재단을 설립해 이 단체를 통해 나라예산을 빼먹은 것은 물론 CF감독인 차은택씨를 동원해 수천억원에 해당하는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세우고 이를 착복하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급기야 청와대나 각료 인사 개입에 이어 최근에는 대통령 진료도 대통령 전담의무진도 아닌 병원에서 최순실씨와 그의 언니인 최순득씨 이름으로 진료받는 등 `비선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쯤되면 대통령은 자진해서 하야하거나 2선퇴진의 뜻을 밝히고 야당이 지명한 거국중립내각 총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힐 줄 알았건만, 현실은 거꾸로 돌아간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뒤엎고 변호인을 통해 `검찰조사를 못 받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장기전 모드에 들어갔다. 대통령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검찰조사에 불응하며 버티기 작전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최순실과 정호성, 안종범 등 관련자들이 기소된 후 자신이 조사를 받으면 관련자들의 진술을 알아내어 그것에 맞추어 진술할 수 있다고 계산했거나, 검찰이 대통령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으면 최순실 등의 공소장에 관련자들끼리의 공모과정에 대해 소상하게 기재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 또 최순실의 공소장에 대통령의 범행이 기재되면 국회가 이를 기초로 탄핵발의를 할 지도 모르니, 탄핵발의의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은 아닐까 싶다. 이 상태로 검찰이 대통령을 강제수사하기 어렵다는 현행 법해석에 매인다면 대통령에 대한 혐의입증은 지지부진할 수 밖에 없다. 국정공백 역시 기약없다.

대통령이 하야나 2선퇴진을 거부하는 한 해법은 탄핵절차뿐이다. 문제는 탄핵을 하려해도 대통령의 혐의입증이 우선돼야 한다. 즉,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검찰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로 소환조사를 해야 하고, 소환조사에 불응하면 강제수사로 전환해야 한다. 법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검찰은 지금이라도 `임기중`형사소추가 금지된 대통령이라해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피의자`로 출석하라는 검찰의 소환요구에 불응하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라도 조사를 강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희대의 `국기문란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박 대통령에 대한 100만촛불 민심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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