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고,고맙고… 구상展`<BR>대구문학관 16일부터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구상 시인의 시 `꽃자리`중
구상(1919~2004) 시인은 종교적 구원의식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와 우주의 의미를 탐구한 구도(求道)의 작가였다.
프랑스 문부성이 선정하는 세계 200대 문인의 반열에 오르며 우리나라의 현대 시단에 큰 족적을 남겼다.
가톨릭신자로 평생 수도자와 같은 삶을 살았던 시인은 “평생 종교적 경건함을 바탕으로 따뜻한 시를 썼으며 그는 시어를 통해 세상을 위로하고, 세상에 희망을 주고자 했다”(허연 시인).
대구문학관(대표 심재찬)은 구상 시인을 조명하는 기획전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꽃자리 구상전`을 오는 16일부터 내년 3월 5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서울 출생이지만 한국전쟁 이후부터 60년대 초까지 대구에 거주하며 많은 문화적 교류를 남겼던 시인 구상과 그 문학적 인연들을 단행본 ·사진·영상·캘리그라피 작품 등으로 소개한다.
특히 평생 친구였던 천재 화가 이중섭과의 각별했던 사이를 볼 수 있는 이중섭이 그린 구상 시인의 작품집 표지와 구상 시인의 스승이자 종교를 초월한 문학교류를 보였던 오상순 시인과 우정을 쌓던 대구 향촌동 꽃자리 다방 등 그 시절 그 모습들을 작품과 더불어 영상, 조형물 등으로 만나볼 수 있다.
대구문학관 측은 “한국전쟁기를 거치며 대구는 문화예술의 중심지였다. 많은 피난예술인들이 함께 사의를 나누며 생활고와 정신적 고뇌를 덜었고, 구상 선생 역시 돈독한 우애를 대구에서 함께 했다. 이번 기획전시를 통해 구상 선생의 훈훈하고도 은은한 삶과 문학을 깊이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