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사람강화길 지음문학동네 펴냄·소설집
이후 강화길은 그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86년생 여성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모종의 불안감을 생생하게 재현해낸 `가상현실`로서 자신의 소설세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 수록된 8편의 소설 속 장면들은 동시대 여성의 일상 경험과 맞닿아 있다.
표제작`괜찮은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 연인과 함께 살 집을 보러 떠나는 `나`의 이야기로, 공간적 배경이 시종일관 남자의 차 안으로 고정돼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며칠 전, 남자는 `나`를 (실수로) 밀쳐 다치게 했는데 상처를 돌봐주려는 남자의 배려는 오히려`나`를 불편하게 만들 뿐이다. 팔을 들어올리는 것 같은 남자의 사소한 행동들마저 위협적으로 느낌에도, `나`는 왠지 남자에게 거절을 할 수 없다. `나`를 다치게 했던 그의 행위가 정말 실수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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