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최고의 빅뉴스는 단연 국회 청문회였다. 특히 9개 글로벌 대기업 총수들이 한꺼번에 증인석에 앉은, 희귀한 광경이었다. 전두환 5공 청문회 이후 28년만이다. 우리나라 재벌 총수들의 육성을 듣기란 쉽지 않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청문회 답변은 포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 부회장을 비롯하여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의 오너들이 총출동 했기에 외신들의 관심도 특별했다.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피 튀기는 경쟁을 펼쳐야 할 소중한 그 시간에, 청문회장 증인석에 앉아서 최순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답 해야 하는 웃지 못할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인들은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배가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결코 견디지 못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혈연관계라도 그렇다. 존경과 축복에 익숙치 않다. 나 보다 사회적으로 잘 되었거나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에 대하여 `저 자리에 오르기 위하여 피땀 어린 노력을 했겠지`라는 긍정적 평가보다,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리와 권모술수로 저 위치에 올랐을 것이다`라고 단정지어 버린다.
서점가에서 한국 기업가들의 일대기를 다룬 책을 발견하기 어렵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정도다. 오히려 외국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서적은 많다. 이나모리 가즈오, 잭 웰치,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손정의 회장 등.
특별히 일본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회장의 최근 뉴스들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손 회장은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 난 바로 직후, 지난 7월 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암(ARM)홀딩스를 약 32조원에 사들였다. 손 회장은 암홀딩스 인수를 위해 `60세 은퇴` 계획을 돌연 철회하였다. 인수합병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단 14일. 손 회장은 암홀딩스 인수합병 이전에 약 21조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과 핀란드 게임회사 슈퍼셀 등에 투자한 지분을 신속 매각하여 자금을 확보했다. 그의 타이밍은 적중했고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파운드화 대비 엔화 가치가 20% 이상 치솟았다. 손 회장은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암홀딩스의 일자리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뿐만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과 손잡고 세계 기술투자를 위해 약 113조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도 만나 미국에 약 58조원을 투자하고 미국에 일자리 5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손 회장을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고, 손 회장은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미국은 트럼프로 인해 다시 위대해 질 것이다” 라며 서로를 극찬했다. 트럼프와 손 회장의 만남은 일본 아베 총리가 트럼프를 만난지 3주 만에 성사되었다. 아베 총리는 내년 1월 말, 미-일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미-일간의 밀월 관계의 중심에 손 회장이 있다. 이것이 글로벌 기업 총수의 역할이다. 글로벌 기업 경영의 참된 의미이다.
반면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 총수들은 지금 어떤가? 국회의원들의 집중 포화속에 침울한 표정으로 증인석에 앉아 증인이 아닌 죄인처럼 굴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가에게 정치적 쇼를 요구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국회는 이제 더이상 기업 활동을 방해하지 마라. 이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기업인들이 대응할 동력을 잃게 한다. 언제까지 국가 발전에 해를 끼치는 `국해(國害)의원`으로 남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