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시장·김 지사 다른 행보, 지역 현실 바로미터<BR>도의원 “민심 모르는 성명 발표…地選 걱정 처지”<BR>국회의원들 “분당 안된다” 외치지만 속내는 복잡
대구와 경북에서 새누리당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TK의 지지율은 20% 선이 무너진지 오래다.
경북의 한 지방의원은 지난 1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하냐”는 푸념을 늘어 놓았다. 새누리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촛불집회에서 새누리당의 당명이 `내시환관당`으로 바뀐 사진이 이슈가 되면서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역의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바뀔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면서 “국정농단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의 각기 다른 행보도 지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 지사는 새누리다의 `당내당`인 `혁신과 통합`의 공동대표를 맡아 친박계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반면, 권 시장은 “대구시장으로서 직무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범비박계로 분류된다.
경북도의회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소속 경북도의원 32명은 지난 6일 `탄핵반대`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성명에는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 57명 중 25명은 동참하지 않았다. 지역의 한 도의원은 “민심과 동떨어진 성명을 발표하면서 당장 1년 정도 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고 하소연했다.
지역의 국회의원들도 선택의 기로에 있다. 지역 의원들은 하나같이 “절대 분당은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현재 대구·경북의 비박계 의원은 유승민·주호영·강석호 의원이 유일히다. 범비박계인 김상훈(유승민계) 의원을 포함하더라도 4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역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주류인 친박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에서도 최소 8표가 TK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미 친박계로 분류됐었던 최교일·이만희 의원은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청문회에서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으며, 박명재 의원은 사무총장을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 친박계 의원들 중 `탈박`움직임이 미묘하게 포착되고 있다. 이정현 대표가 새누리당 윤리위원 과반수인 8명을 친박계로 새로 채웠고, 친박계에서 `혁신과 통합보수연합`을 발족하며, 줄세우기를 한 것에 대해 실망한 의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친박계 한 의원은 “실망이 아니라 절망했다”고 말했고 TK 의원실한 관계자도 “이번 기회를 통해 탈박할 명분을 준 것 아니냐”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