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게 된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가 최근 공개됐다.
플라톤의 명저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빗대 `진실이되 진실이 아닌``박근혜의 변명`이란 평가가 무성하다.
답변서의 요지는 국회 탄핵소추안에 적시된 내용들이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순실씨 행위를 박 대통령의 책임으로 보는 것에 대해 “이번 탄핵의 논리대로라면 측근 비리가 발생한 역대 정권 대통령은 모두 탄핵 대상”이라며 반박했다. 즉, `봉하대군`이라고 불린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이나 `만사형통`으로 불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사례를 들며, 전임 대통령도 다양한 방법으로 인사에 관한 의견 민원 등을 청취했다고 했다. 물론 이상득 전 의원이 최근 포스코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받은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최순실씨 관계 회사 등에 박 대통령이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과거 `신정아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변양균 전 정책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사기업의 영업 활동은 공무원 직권 범위 밖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당시 변 전 실장은 신씨의 부탁으로 대기업들에 후원을 요청했으나, 직무로 인정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는 알 수 없지만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의 역할과 위상을 똑같은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최씨가 세운 것으로 알려진 미르·K스포츠재단 사업 등에 대해서도 “최씨의 국정 관여는 사실이 아니고 입증된 바 없고, 국정수행 총량 대비 관여 비율을 계량화한다면 1% 미만”이라고 말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급기야 최근 JTBC `썰전` 방송에서 전원책은 “예산으로 따지면 국가예산이 약 400조다. 1%면 약 4조”라며 “0.01%라도 사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면 당연한 탄핵사유”라고 비판했다. 유시민 역시 “예를 들어 1년에 1천건이면 그중 10건 정도는 괜찮다는 이야기다. 1년이 365일이면 그 중 3일은 도둑질해도 된다는 이야기냐”라고 비꼬았다. 참으로 국민의 공분을 살만한 얘기다.
세월호 참사 대응 미흡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을 인용해 “헌재는 대통령의 정책 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자체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자신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하면 노 전 대통령도 책임을 물어야하는 게 아니냐는 `물귀신작전`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답변서에서 최씨와의 관계를 인정한 것은 딱 하나다. 유출된 연설문에 대해 자문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도 “통상 정치인들은 연설문이 국민의 눈높이에 너무 딱딱하게 들리는지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에 대해 주변의 자문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면서 “최씨의 의견을 물은 것도 같은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 대통령과의 식사에 초청받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일종의 사설 고문단)`이란 용어까지 인용했다.
답변서를 접한 법조계의 반응은 신중하다. 법적 형식논리로는 답변서의 주장도 일정부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 탄핵심판이 형사소송법에 준용해 진행되는 만큼 엄격한 법논리가 적용될 경우 대통령의 범죄를 특정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헌재가 탄핵심판을 인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않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헌재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도 박 대통령이 평화롭게 임기를 마치고 나올 수 없는 정치적 상황이란 것 역시 명백하다. 그렇다면 애초에 박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하야를 선택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랬다면 현직 대통령이 이런 구차스런 법적 공방끝에 강제퇴진 또는 자진퇴진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오늘 날의 법정이 소크라테스의 법정보다 더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박 대통령은 상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