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화해의 품격 그리고 명분

등록일 2017-01-09 02:01 게재일 2017-01-09 18면
스크랩버튼
▲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지난 2016년 9월 20일의 일이다. 인지연 자변(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사무총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취지의 글을 썼다. “J 의원의 석사학위논문 90% 가 `복사`로 이뤄진 `복사 표절`이다. 이화여자대학교는 J 의원의 석사학위를 재심사 및 취소하라. 혼탁한 작금의 현실에서 J 의원은 대학의 명예와 국회의원으로서의 정직을 지켜달라는 목소리가 우습게 들리는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할 수 없는가? 이런 자가 국민의 대표로서 우리 아이들의 역사 교육 정상화에 앞장서겠다는 것은 모순이다”라고 주장했다.

앞서서 2016년 4월 26일, 뱅모(Bangmo)라는 필명을 쓰는 박성현 주필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J 국회의원 당선자에게 권한다. 사퇴하라. 앞으로 `교육/문화`가 핵심 전선이 된다. J 당선자는 원래 `교육/문화 전선의 공격수 1번`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상대 진영은 J 당선자를 이렇게 공격할 것이다. `J 의원의 석사학위 논문은 복사기 수준의 표절 아닌가? J 당선자는 이미 발톱, 날개, 이빨 다 빠졌다. 교육 문화에 대해 언급해야 할 당사자 본인의 석사학위 논문이 `복사 표절`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J 국회의원 당선자의 용단을 기대한다.”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유명 논객 변희재, 신혜식 등은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많게는 수십만, 적게는 수천명의 팔로워와 페이스북 친구를 보유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작년 4월 총선 이후부터 최근까지 J 의원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 문제를 앞서 언급한 인 사무총장과 박 주필 못지 않게 강력하게 비판했던 논객들이다. J 의원의 논문 표절을 옹호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을 강력하게 비난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신혜식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신의한수` 방송에서는 “정규재가 정규재에게”라는 편집본을 만들어 정 주필의 지난날의 발언을 문제 삼고 심하게 비꼬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이들의 SNS 팬들과 J 의원의 팬들, 정규재 주필의 팬들 모두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자중지란이 일어난 것이다. 보수진영 결속력의 파괴 그리고 씻을 수 없는 상처가 깊이 남았다. 아직도 그 상처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J 의원의 석사 학위논문 표절 문제로 엄청나게 싸우고 욕했던 이들이 최근 정규재뉴스 스튜디오에 언제 그랬었냐는 듯, 등장하고 있다. 싸움질 하던 자들이 싸우지 않고 하나가 되는 건 다행이고 보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난날의 첨예한 갈등이 해소된 것에 대한 과정과 명분, 화해의 이유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전혀 없다. 그들이 비판하던 J 의원은 사과도 없었고 사퇴하지 않고 여전히 국회의원으로 있다. J 의원으로 인한 이들의 상호 투쟁으로 인해 수많은 페이스북 친구들과 SNS 지인들은 싸우고 차단하고 욕하고 결별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팬들이 깊이 상처받았고 갈기갈기 찢긴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분명한 `사과`를 해야 한다. 그냥 어영부영 소리없이 넘어간다면 이것은 명분없는 밀실 화해이고 팬들을 우습게 여기는 처사이다. 적어도 서로를 비방했던 지난날의 행동에 대하여, 그리고 상처받은 팬들에게 아래와 같은 성명서는 발표해야 한다. `(1) 같은 보수진영 논객들끼리의 설전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독자, 시청자, 페친, 트친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2)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같은 진영에서 서로를 포용하지 못하고 SNS와 인터넷방송에서 서로를 헐뜯은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3) 앞으로는 같은 진영의 논객끼리 예전과 같이 SNS나 인터넷방송에서 서로를 비방하거나 싸우지 않겠습니다. 하나가 되겠습니다.` 만일 이러한 공식 성명을 발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들의 주장 또한 신뢰의 명분을 가질 수 없다.

김동찬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