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임미희 교수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아밀로이드-베타(β) 단백질을 잘게 쪼갤 수 있는 가위를 개발했다. 대부분의 치매 환자에게서는 해마(Hippocampus)와 같은 기억을 관장하는 뇌 조직에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쌓여 있어 이 물질이 사람의 기억 능력을 감퇴시킨다. 임 교수 연구팀은 코발트(Cobalt)를 결합한 금속 복합체 가위를 이용하면 질병 유발 단백질을 조각조각 잘라내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탈렌, 크리스퍼와 같은 유전자 가위가 기존의 산업의 지형을 새롭게 바꿀 것으로 확신했다. 탈렌과 크리스퍼(CRISPR)는 원하는 DNA를 자르고 새로운 DNA를 삽입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크리스퍼 DNA 가위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87년이다. 일본 오사카대 소우 이시노 박사팀은 대장균의 단백질 유전자를 연구하던 중 특이한 DNA 회문구조(palindrome)서열을 발견했다. 당시에는 단순히 단백질의 서열을 알아내는 걸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이러한 회문구조 서열은 한동안 잊혀졌다. 이후, 여러 세균의 유전체 서열을 살펴보던 과학자들은 한 개의 공통적인 서열을 발견했다. 앞서 발견된 회문구조 서열이였다. 이 구조 사이에 21개 DNA 염기서열이 끼어있다는 것도 추가적으로 찾아냈고 `주기적 간격으로 분포하는 짧은 회문구조 반복서열(CRISPR, Clustered Regular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즉, 크리스퍼라는 이름을 붙였다.
결국, 21개 크리스퍼 DNA 서열의 정체를 밝혀낸 것은 덴마크의 요구르트 회사인 `다니스코` 연구자들이다. 로돌프 바랭고 박사와 필리피 호바스 박사는 요구르트 발효에 사용되는 대량의 유산균을 배양 할 때 세균 감염을 막는 기술 개발을 담당했다. 유산균을 죽이는 박테리오파지(바이러스)가 나타나면 애써 키운 유산균이 떼죽음을 당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떼죽음 당한 유산균 사이에서 살아남은 일부 유산균들의 생존 비법에 궁금증을 품었다. 이 유산균이 다른 유산균을 몰살시킨 바이러스에 내성을 가졌을 것이란 가정하에 지속적인 연구결과 정말로 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면 항체가 생겨 이후에 그 바이러스에 대해 내성을 갖는 것처럼 바이러스 DNA가 침투하면 바이러스의 DNA를 잘게 잘라 크리스퍼 반복서열 유전자에 붙여 넣어서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바이러스 DNA가 다시 침입하면 이전에 DNA 형태로 기억해둔 정보를 활용해 침입자의 DNA를 싹둑싹둑 잘라버린다. 세포 내에서 확실하게 면역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젠 이 유전자 가위 혁명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고쳐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2012년만 해도 전 세계에서 유전자 가위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랩이 수십 개에 불과했지만 4년만에 전 세계 1만여 곳으로 늘었다. 중국 연구진은 인간 배아의 유전자 일부를 유전자 가위로 제거하거나 교정하는 데 성공했고 유럽, 미국 연구진도 경쟁적으로 인간 배아 연구에 착수했다. 이렇듯, 유전자 가위 4차 혁명 기술은 언제 어디서 어떤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올지 모를 정도로 혁신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정치인과 언론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후진적인 정치 게이트에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양측의 선동과 거짓이 이 나라 국민들의 사고력을 어둡게 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한 순간에 글로벌 기술 경쟁 시장에서 `싹둑` 잘려나가 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