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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펫이 애플을 이제서야 사는 이유

등록일 2017-03-13 02:01 게재일 2017-03-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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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워렌 버펫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는 최근 보유 주식을 공개했는데 주요 종목 상단에 애플이 위치했다. IT기업을 싫어하는 버펫의 투자성향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그의 입맛이 바뀐 것일까? 투자대상을 충분히 분석하고 투자 후 20년을 기다리는 그도 증시의 방향성이 실종된 지금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버펫의 투자방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실수를 줄이는 연습`이다. 신중하지 못한 투자는 자주 매매를 하게 되는데 그만큼 거래비용이 늘어나고, 그 가운데 빚어진 실수가 열심히 모았던 수익률을 훼손한다. 그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자신만의 투자원칙을 고집스럽게 지킨다. 그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철저히 배제한다. 결국 투자란 `자신이 확실히 아는 영역에서 실수를 줄여가는 게임`이란 것만 알아도 여러분은 투자에 대해 50%는 배운 셈이다.

버펫의 주식 선택 원칙을 보면 첫째, 진입장벽이 높은 것을 선호한다. 기술이든, 규제가 됐든 진입장벽이 있어 경쟁을 막아줘야 한다. 둘째, 확실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어떤 투자환경이 도래해도 견뎌서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배당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적어야 한다. 변수가 많아질수록 그가 실수할 수 있는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버펫이 IT를 싫어하는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고, 기술의 진부화도 빨라 진입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애플이 늙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는 애플의 사업이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형화되었다고 생각한다. 그가 애플로 인해 실수할 확률이 낮아진 셈이다. 스티브 잡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아이폰이 마법의 램프처럼 여겨질 때 버펫도 관심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인내하고 애플이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정해진 지금 그는 주머니를 열었다.

과거 애널리스트였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펀드매니저는 호기심 가는 이야기 몇 마디만 던져도 금세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끝까지 의심한다.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때까지 의심한다. 그리고 추천한 투자대상을 비난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산다. 사람에게 까다롭게 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투자는 까칠한 사람들이 믿을만한 성과를 보인다. 그가 애플 매수를 지금까지 망설인 또 하나의 이유는 애플이 배당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익의 질(quality)을 언급할 때 주로 이익의 안정성을 들지만 이익이 주주들의 손에 돌아갈 수 있을지 여부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버펫은 전자는 물론 후자를 강조한다.

애플이 그동안 IT기업답지 않게 많은 돈을 해외에 쌓아두었는데 트럼프의 감세정책에 동조하여 해외 이익을 본국으로 송환한다면 투자보다는 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에 쓸 것이라고 그는 기대한다. 성장하는 기업은 이익을 배당보다는 재투자에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버펫이 좋아하는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은 그동안 쌓아두었던 주주들의 부를 빨리 나눠줄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지금 반도체에서 이익을 긁어 모으며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버펫은 삼성전자 주식 매입을 거론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버펫이 변동성이 큰 이익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의 샤오미가 휴대폰의 뇌라고 할 수 있는 프로세서(Application Processor)를 세계 네번째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그 수준을 의심해봐야겠지만 적어도 샤오미는 자신들이 원하는 때 신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는 삼성전자를 압박할 것이다. 버펫은 이런 가능성을 싫어한다. 적어도 애플은 이런 고민은 덜어준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대주주를 위해 돈을 쌓아두는 일을 버펫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에도 버펫이 즐겨 투자하는 기업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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