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는 민간요법에서 기침 및 천식 등을 다스리는데 활용되었다. 살구씨에서 뽑아 낸 기름 속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고 하는 성분이 천식에 좋은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다른 보고에 의하면 변비 치료제로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생화학 및 약리학적 입장에서 살구씨의 주요 성분인 아미그달린은 독성 물질이다. 한꺼번에 많이 섭취할 경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미그달린이 체내 소화 과정에서 글루크로니다제란 효소에 의하여 분해되어 시안화수소산(HCN·청산·hydrocyanic acid)을 만들기 때문에 다량 섭취한 경우 인체에 유해하다. 시안화수소산의 화학 구조에 붙어있는 수소(H) 대신 칼륨(K)이 치환된 시안화칼륨(KCN)을 청산가리라고 부른다. 시안화수소산과 시안화칼륨이 물에 녹으면 음이온인 시안이온(CN-)으로 해리된 상태로 존재한다. 이 시안이온이 우리 몸에 있는 효소와 결합하면 생명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즉, 시안이온이 청산가리의 독성의 주범이다. 즉, 다량 섭취할 경우 인체에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살구씨를 식품으로 가공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 한국 식약처는 이와 같은 이유로 살구씨를 식품 품목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는 어린 나이에 예언자로 신의 부름을 받았다. 예언자로 부름 받으면서 최초로 본 환상이 `살구나무` 환상이다. 살구나무는 히브리어로 `샤케드`인데, 동사 `샤카드`는 `깨우다, 지키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살구나무는 이른 봄 맨 먼저 꽃이 핀다. 길고 긴 겨울잠을 깨고 새 봄을 맞는 `선구자`요 `선각자`인 것이다. 예언자는 잠자는 민중의 잠을 깨우고 지키는 `선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스라엘이라고 이름을 바꾼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 야곱이 애굽 총리(사실 애굽 총리가 자기의 11번째 아들 요셉인지도 모르고)에게 보낸 귀한 선물 목록 가운데도 살구나무가 있었다. “그들의 아비 이스라엘이 그들에게 이르되 그러할진대 이렇게 하라. 너희는 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그릇에 담아가지고 내려가서 그 사람에게 예물을 삼을지니 곧 유향 조금과 꿀 조금과 향품과 몰약과 비자와 파단행이니라”(구약성경 창세기 43장 11절). 파단행이 바로 살구나무이다. 살구나무는 팔레스타인의 대표적인 과일나무였던 것이다.
유대인 성막의 금등잔도 살구꽃 형상이었다. “이편 가지에 살구꽃 형상의 잔 셋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고, 저편 가지에도 살구꽃 형상의 잔 셋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여 등대에서 나온 여섯 가지를 같게 할지며, 등대 줄기에는 살구꽃 형상의 잔 넷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고”(구약성경 출애굽기 25장 33-34절). 금등잔 `메노라`가 나타내는 나무 형상은 바로 에덴동산 중앙에 있는 생명나무를 상징한다.
이스라엘 최고의 지도자 모세의 형 아론의 지팡이 또한 살구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당시 지팡이는 이스라엘 족장의 지휘권을 상징했다. 다른 족장들 지팡이와는 다르게 아론의 살구나무 지팡이만이 꽃이 피고 살구 열매를 맺어 하나님께서 아론의 집안을 특별히 구별하고 세운 집안임을 공식적으로 입증하였다.
살구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것은 생명력을 의미한다. 지루하고 추운 이 끝날 때 맨 먼저 꽃을 피워 봄소식을 전하는 살구나무. 얼어붙은 죽음을 깨고, 싹이 난다. 꽃이 핀다. 열매를 맺는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살구나무가 주는 메시지는 “소망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믿음을 잃지 말자. 낙심치 말자. 암담하다고 포기하지 말자. 죽은 살구나무 지팡이에도 꽃이 필 수 있다는 그 희망. 그 희망을 단단히 붙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