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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한국인들보다 더 사랑하는 외국인들

등록일 2017-04-11 02:01 게재일 2017-04-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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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나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고, 자신의 모습이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녹음된 내 음성을 들어봐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스포츠팀들이 자신들의 플레이를 녹화해 리뷰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남의 피드백이 필요한 것도 그 이유이리라.

교육자들도 그들의 가르치는 것을 동영상으로찍어 스스로 리뷰하거나 다른 이들로 하여금 관찰하도록 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은 교육의 질을 높이는 필수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외모만 아니라 내 자신의 내모도 그러하다. 그래서 “자신을 알라”는 동서고금 지혜의 말은 내 자신이 성숙해질수록 더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가 보다.

독일에서 서양사를 공부하고 연구한 한 교수는 자국의 역사는 자국인이 쓴 기록뿐 아니라 자국에 대한 타국인들의 기록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리라. “당신은 일반적인 운전자보다 안전 운전하는 사람입니까?”라는 설문에 50%가 넘어 80%가 “예”라고 대답한다는 심리분석도 같은 부류의 문제이다.

포스텍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2016년에 발간한 `행복지도 (Happy Map)를 만들었어요`라는 책자는 우리 자신을 외국의 배경과 관점에서 숙고해 보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돼 소개한다.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36인의 이 외국인들은 `한국인들 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사람들로 소개돼 있다. 그들은 외국에서 한국을 좋아해 한국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연구도 했으며, 한국에 와서 살면서 한국학, 한국역사, 한국문화석사 박사 공부를 하기도 했다. 몇몇은 한국인으로 귀화해 한국을 `우리나라`로 칭하며 글을 쓰기도 한다.

그들은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룬 한국이 왜 행복지수는 뒤처져 있는가를 분석하고 한국사회의 개선점을 지적하는데, 이를 세 가지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물질만능주의`이다. 세계 모든 국가의 사람들이 물질을 중히 여기지만, 유난히 한국인들은 성공과 행복이 물질소유, 사회적 지위에 따라 결정된다고 그들은 입을 모은다.

한 외국인은 “사회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더 강조함에 따라 생겨난 성공에 대한 아주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른 이는 “한국사회의 성공은 학력, 지위, 재산 등 세 가지 척도로 측정되는데 모두 아주 강력한 물질만능주의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 남의 눈치를 심하게 본다. 남의 눈치를 전혀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한국인들은 유난히 남의 눈치를 본다고 그들은 지적한다.

어느 외국인은 “모든 사람이 성공을 똑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같은 것을 원한다면 경쟁이 따른다. 그 목표가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처럼 보인다면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한 외국인은 “사람은 모두 다르다는 인간성의 기본적인 속성과는 반대로 동질성이 강요된다. 적성보다 학교 이름을 보고 학교를 정한다.”고 말한다

셋째, 공동체 감각이 결여돼 있다.

어느 기고가는 “더 위험한 것은 협동과 공동체정신 같은 사회적 가치들을 잃는 것이다. 이제는 더 고차원적인 가치를 개발할 시간이다. 성공적인 삶은 인간성을 보여주는 사회적인 가치들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경각심을 울리기도 한다.

한 기고가는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경제적으로는 한국보다 뒤처져 있지만 정신문화, 사회행복지수는 한국보다 높다고 지적하면서 한국 사회가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목들을 읽으면서 필자는 부끄러운 마음을 느꼈다. 그들의 글들을 읽으면서 `개인 없는 개인 이기주의 사회`를 어떻게 모두가 성공하고 더욱 행복한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면서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말을 묵상해본다.

“잘 먹고 잘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좋은 일을 해야지…. 사람은 의식주를 얼마나 잘 갖추고 누리며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치면서 사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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