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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의식

등록일 2017-05-01 02:01 게재일 2017-05-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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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br /><br />김천대 교수
▲ 김동찬 김천대 교수

지방의 어느 국립대 생명과학과 연구실의 대학원생을 만난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그간의 안부를 물었더니 요즘 자신의 지도교수 때문에 눈물 흘릴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연구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 교수님으로부터 꾸중을 많이 들어서 그렇냐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의 대답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최근 연구실의 연구비가 소진되어 연로하신 지도 교수님이 연구계획서를 들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을 오가며 심사관들 앞에서 연구과제 평가를 받으러 동분서주하신다고 하였다.

또한 연구실 제자들의 학비지원과 생활비 지원을 위해 교수님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시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여 학생들에게 돈을 주시면서도, 늘 넉넉하게 지원하지 못해 오히려 더욱 미안해하시며 용돈 하라며, 봉투를 내미시는 교수님의 지극한 사랑 때문에 눈물 마를 날이 없다고 한다.

참 아름다운 미담이다. 진심으로 학생들을 사랑하고 제자 교육을 위해 온전히 자신을 희생하는 지도교수의 숭고한 책임 의식에 고개가 숙여졌다.

이공계 분야 중에서도 바이오분야 만큼 연구비 및 운영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분야도 없는 것 같다. 연구에 사용되는 시약의 경우 비싼 것은 100mg에 5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단순한 단백질 정량, 유전자 정량을 위한 장비도 분석 장비의 정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수천만~수억 원이 넘는다.

박사과정 대학원생 1~2명, 석사과정 대학원생 2~3명 데리고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연간 인건비만 해도 1~2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바이오분야에 있어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많이 거두고 있는 포스텍이나 카이스트, 그리고 서울대학교에 재직중이신 교수님의 경우 국가로부터 충분한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구비에 대한 부담감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외의 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바이오분야 교수님들은 이러한 연구 자금 압박감 가운데에서도 목표로 하는 세계적 연구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오늘도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땀 흘리며 뛰어다니고 있다. 그분들의 책임감은 웬만한 기업체의 CEO 못지않다.

MB가 오래전 대통령 재직 당시 미래기획위원회에서 안철수 당시 카이스트 교수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었다고 한다. “안 교수님도 이리오세요”라고 환담을 건네면서 “아직은, 교수라는 말이 익숙지 않을 거예요…. 뭐, 그래도 요즘은 편하죠? 교수는 원래 별 책임이 없는데 기업인은 책임이 크니까….”라는 식으로, MB 자신의 `대학 교수관`이 담긴 듯한 농담을 건넸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친기업주의적 성향임을 표방해 온 MB였기에 그의 이러한 발언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 대통령의 말은 오해의 소지가 높고 상당히 위험하다.

물이 얕은 곳을 향하여 흐르듯, 대통령이 낮은 자리에서 국민 모두를 이해하려는 자세로 나아가야지만 민심을 얻을 수 있다. 대기업 CEO의 책임뿐만 아니라 재래시장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의 삶에 숨겨진 책임감까지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낮아져야 한다.

훌륭한 대학교수가 있기 때문에 전문 경영 지식을 갖춘 기업인이 사회에 배출될 수 있는 것이다. 시장바닥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가 한푼 두푼 저축한 소중한 돈이 은행에 있기 때문에 그 돈을 기업이 대출받아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부디 기업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의 모든 분야에 종사하는 국민의 땀방울을 소중히 여기는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꼭 선출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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