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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음 운동

등록일 2017-05-09 02:01 게재일 2017-05-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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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오늘은 대통령을 선출하는 중요한 날이다. 나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한 가지 꼭 부탁하고 싶다.

미국에서 35년간 생활하고 2010년 한국에 돌아와 보니 그리도 가난했던 한국이 이룬 눈부신 경제발전에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총 국민생산액이 세계 10위까지 육박했고 일인당 국민생산액은 세계평균의 약 두 배 반으로 올랐으며, 수출입 총 무역액이 국민생산액만큼 왕성해져 세계 10위권에 안착하였고, 중공업과 IT분야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제압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아시아의 호랑이나라` 중 하나임을 실감케 했다.

1960~70년대와 확연히 다른 세상이 되어 산에는 푸른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산과 산을 긴 터널과 높은 다리로 연결해 하늘을 달리는 듯한 상쾌한 기분에 자랑스런 마음을 억누르기 어려웠다.

이 시기에 전국적으로 불붙은 새마을 운동이 눈부신 경제발전에 발동을 걸어주었고, 이제는 개발도상국에 새마을 운동이 전수되기까지 한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의 행복지수는 경제발전보다 훨씬 뒤쳐져 있을까?

먼저 `국민생산`의 허점을 인식해야 한다. 즉, `시장에서 거래된 생산`만 `국민생산 `통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내가 조그만 땅에 손수 야채와 과일을 재배하여 식탁에서 즐긴다면 분명히 생산은 증가하지만 `국민생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시장에서 같은 야채와 과일을 구매하여 먹는다면 `국민생산`에 포함된다.

반대로 내가 차사고를 내 구급차가 오고 사람들이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으면, 비록 재산이 파괴되고, 시간을 써야 하고, 고통을 당하는 등 손해가 막심하겠지만, 이 모든 `시장경제` 활동은 `국민생산 `통계에 포함된다.

손수 가정일을 하는 것의 경제적 가치는 밖에서 벌어들이는 것보다 약 2.5배라고 한다. 그러나 집안에서의 생산적 활동가치는`국민생산` 통계에서 무시되지만, 사람을 고용하여 그 일들을 시키면 `국민생산`이 늘어난다. 집안일 하는 대신 일을 다니면 `국민생산`이 더욱 늘어난다.

이처럼 실질적 생산활동과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활동들이 `국민생산`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재산과 시간을 낭비하고 생활을 빈곤하게 만드는 활동들이 `국민생산`에 포함된다.

미국이 튼튼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뤘던 1960년대 로버트 케네디는 `국민생산`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이 물질적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 같으나 오히려 `행복과 만족의 가난`에 빠지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1968년 연설에서 그는 `국민생산`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몇 가지 예를 들었다.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 튼튼한 자물쇠를 만들고, 공기오염을 정화하고, 담배광고를 하고, 무기를 만드는 활동은 `국민생산`을 증가시킨다.

그는 동시에 `국민생산`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생산적이고 행복과 만족을 고조하는 활동도 열거한다. 어린이들의 건강, 교육의 질적 수준, 행복한 결혼 생활, 공개적 토론의 지적 가치, 용기와 지혜, 서로에 대한 정, 나라에 대한 긍지와 사랑, 정부관리들과 지도자들의 충실성 등 `국민생산` 통계에 포함되지 않지만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그는 지적했다.

1960년대에 범국민적으로 시작된 새마을 운동이 한국의 경제부흥을 가져왔듯, 새 대통령은 행복과 만족의 가난함을 극복하는 `새마음 운동`을 범국민적으로 추진하길 부탁한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도, 케네디가 지적한 실질 생산과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활동들을 범국민적으로 추진하자. 가치관과 인간사회를 풍요롭게 해 같은 물질을 갖고도 몇배 더 행복한 생활을 경험하자.

대통령을 기다릴 것도 없다. 내 스스로, 내 가정에서 내 배우자와 자녀들과 그리고 내 지역에서 `새마음 운동`을 추진하자.

`새마음 운동`도 언젠가 다른 나라들에게 전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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