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란 국적·인종·성·종교·성 정체성·정치적 견해·사회적 위치·외모 등에 대해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는 발언을 말한다. 증오의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증오언설(憎惡言說)`이라고도 한다. 독일·영국·일본 등은 형법을 통해 `헤이트 스피치`를 징역형으로 규제한다. 특히 독일 의회는 최근 5천만 유로(652억8천80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법을 제정했다.
교육부장관에 지명된 김상곤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이 혼란에 빠졌다. 청문회 양상은 공수(攻守)가 완전히 바뀐 채 `무차별 공격`과 `낯 두꺼운 두둔`으로 일관된 짜증나는 구닥다리 연속극이었다. 다만 진보정권으로 바뀐 정치현실을 반영하듯 여당 청문위원들의 입에서 `사상검증` `매카시즘` `색깔론` 등의 용어를 동원한 극렬한 엄호가 쏟아졌다는 점이 달랐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야당 공격수들의 형편없는 전투력이 노골적으로 들통나는 요령부득의 솜방망이 검증 쇼다. 특히 자유한국당 소속 위원들의 청문 수준은 궤멸 위기에 처한 보수정당의 허술한 속살을 적나라하게 노정한다. 보수 세력의 몰락을 불러온 으뜸이유로 지적되는 `이념적 빈곤`이 곧바로 `논리의 빈곤`으로 이어지는 현장이 인사청문회장이다.
국가의 존속과 권력 재생산에 필수적인 헤게모니는 `물리력`과 `시민적 동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한국의 보수는 케케묵은 논리에 갇혀 공론영역에서 주장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설득력은 반대세력으로부터도 일정부분 공감을 얻는 수준까지 확보돼야 비로소 성공한다. 소위 `싸가지 없는 언어폭력`으로 극렬지지자들이나 만족시키는 구태로는 어림 턱도 없다.
김상곤 인사청문회에서 나타난 야당 청문위원들의 인격모독성 발언이나 지나친 사상검증 공세를 `증오언설`이라고 공박한 여당 청문위원들의 지적에 일부 납득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견줘볼 때 현재 야당의 티 뜯기는 과거 제1야당이던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무지막지한 발목잡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여당 의원들의 `헤이트 스피치` 비난은 고소(苦笑)를 부른다.
여야의 청문보고서 채택 합의여부와 관계없이 문재인 대통령은 김상곤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표절왕`이라는 지적뿐만 아니라 유독 사상편향성 문제에 샛눈이 꽂힌 김 후보자의 임명여부는 큰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짐작컨대,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은 본격적인 정치적 냉기류를 불러올 것이다.
여당과 진보성향 언론들이 입을 모아 `하자가 없다`고 박박 우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상곤 후보자에 대한 걸쩍지근한 이미지는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김 후보자는 국가보안법 폐지·한총련 합법화·이라크전 파병 반대·한미 FTA 반대·주한미군철수·한미동맹 폐기선언·반제민족해방·자본주의 타도 등을 주장하는 민교협·전국교수노동조합·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맑스코뮤날레 등 진보단체의 중심에서 활약해왔다.
그는 청문회장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걸음 물러섰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더 효율적이고 더 민주적이게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 학자적 소신”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답변은 신념을 감추기 위한 궤변(詭辯) 잔상을 남기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사회주의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가 왜 명징하게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하는지 궁금해 한다.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정부여당의 필사적인 옹호를 등에 업고 임명되었을 경우 일어날 국민적 갈등이 벌써부터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김상곤이 바라보고 있는 `교육혁신`의 지평선은 대체 어느 지점인가. 아이들의 미래를 맡겨도 될 만큼 그의 `자유민주주의` 의지는 신실(信實)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