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 버지니아텍 대학에서 한국 시민권자인 대학생이 32명의 교수와 학생을 총살하고 17명을 중상에 빠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미국 역사상 한 개인이 저지른 최대의 총격 사건이었다.
다음날 내가 있었던 미국 대학에서 유학하던 여학생이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에게 폭력을 자행할 지 모른다는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당시 미국에서 30여 년 생활해 온 나는 이런 충격적인 일에 대해 3억 이상의 인구 중 몇몇 개인들이 산발적으로 폭행을 저지를 지 모르나 사회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그런 일은 없으리라고 말해주고 안심시키려 했다.
그래도 그는 불안해 하길래 2001년 이슬람 테러단들이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두 빌딩과 인근 빌딩들을 붕괴시키고 워싱턴의 국방성 건물을 공격하여 약 3천 명이 죽고 6천 명이 다치고 100억 달러 이상의 재산 피해를 가져왔던 테러사건을 예로 들었다.
불에 타고, 불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수십층 높이에서 뛰어내려 죽고, 붕괴되는 육중한 빌딩에 무참히 압사된 사람들 중 아직도 1천600 명 정도만 신원이 확인되었다.
그런 와중에 당시 부시 미 대통령은 워싱턴무슬림센터를 찾아가 미국에 사는 그들이 미국 사회에 큰 공헌을 하였다고 말하고, 미국인들이 그들을 존경하도록 호소했다고 한다.
무슬림들에 대해 산발적인 공격이 있었으나 무슬림들에 대한 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문과 방송에서 거듭 강조하던 것을 기억한다.
미국도 모순과 불완전을 찾자면 끝도 없겠지만 1만 명에 가까운 무고한 시민들을 사상하고 수백억달러의 재산 피해를 가져온 외국인 테러 집단과 같은 인종인 개인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가적으로 존경스럽고 성숙한 어른다운 모습이었다.
우리도 외국인들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성숙한 문화를 세우자.
사소한듯 하지만 중요한 예를 들어보자. 우리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면, 외국인들을 보통 `애들`로 칭한다. `미국 애들`, `일본 애들`, `중국 애들`, `애네들`이라고 칭하고, `미국 사람들`, `일본 사람들`, `중국 사람들`, `이 사람들`이라고 칭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을 멸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변 지인이 `일본애들`이라는 표현을 하면 나는 웃으면서 “일본에는 어른들은 없고 애들만 있나 보죠?”라고 질문한다.
필자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대부분 눈을 껌뻑이다 곧 깨닫고는 `일본 사람들`이라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대화에 빠져 말하기 시작하면 다시 `일본 애들`이라는 표현이 그의 입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을 흔히 본다.
외국인들이 우리를 `한국 애들`이라고 칭하면 우리는 분노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습관을 아는 미국 사람들이 “한국 애들은 우리를 `미국 애들`이라고 부른다”고 한다면 누워서 침 뱉은 자신을 자성해야 한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버스를 탔는데 기사가 반말로 대하고 이유없이 큰 소리로 혼자서 외국인에 대해 험담을 했다며 어느 교수는 씁쓸해 하였다.
몇 년 전 미국에서 한국 식당을 경영하는 분의 자성하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서양 사람이 음식을 시켜 먹고 있는데 그가 한국말을 이해하지 못하려니 생각하고 그분은 종업원들과 외국인을 멸시하는 험담을 하고 있었다.
서양인이 식사를 마치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정중히 인사한 뒤 깜짝 놀란 반응을 보이니 “제 아내가 한국사람입니다”고 나갔다고 한다.
한국인을 멸시하는 표현을 알아듣고도 그 서양 사람처럼 나도 상대방에게 정중히 인사할 수 있을까?
우리들이 외국인들로부터 존중받기를 원하듯이 외국인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