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주요 당직자 인선<br>대구·경북 인사 배제<br>강력한 친정체제 구축
“제가 서울에서 정치를 했고, 태어난 경남에서도 했다. 이제 나머지 정치 인생을 대구와 경북에서 하고자 한다. 그렇게 해서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의 뒤를 잇는 TK의 희망이 한번 돼보자는 생각을 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6월 28일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있었던 자유한국당의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인구 비례 당원수가 가장 많은 대구와 경북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이 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 듯 하다.
한국당 홍 대표는 6일 사무총장 등 당직인사를 단행하며,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홍 대표 측은 당 내부의 혁신을 기치로 한 개혁 드라이브를 위한 인선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약속과는 달리, `TK를 의식한 인선`은 없었다.
홍 대표는 이날 사무총장에 정통 관료 출신의 충청권 3선 홍문표 의원을 임명했다.
또 전략기획부총장에는 수석대변인을 지냈던 수도권 재선의 김명연 의원을 지명했고, 조직부총장에는 경남 밀양 출신의 서용교 전 의원을 발탁했다. 당 대변인에는 대구 출신의 강효상(비례대표) 의원과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을 지낸 전희경 의원 2명을 포진시켰다.
또 추경호(대구 달성군) 의원이 6개월 남짓 맡았던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원장에는 민주평통 사무총장을 지냈던 동서대 김대힉 교수를 내정했다.
이번 홍 대표의 인선 특징은 `친홍계 인사`들을 대거 당의 요직에 포진시켰다는 점이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바른정당에 합류했다가 한국당으로 복당한 `탈당파` 출신이다. `탈당파`의 복당에 홍 대표의 역할이 컸던 만큼, 홍문종 사무총장은 홍준표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도 대선 후보 시간, 홍 대표의 수행단장을 맡았으며, 전희경 대변인은 후보 시절 대변인이었다. 그나마 주요 당직 인사 가운데 강효상 의원이 대구 출신이지만, 그는 `서울 TK`로 분류된다.
홍 대표가 이처럼 강력한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5·9 대선` 참패 등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당의 재건을 위해 고질적 병폐인 계파 청산과 함께 강한 야당으로 거듭날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홍 대표가 지난 2011년 12월 당 대표 취임 5개월여 만에 대표직에서 사퇴한 것이 자신을 뒷받침할 지도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있어 당시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가 한국당 내의 친정 체제 구축에 나서면서, 대구·경북은 물론 친박계는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불만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 한명도 주요 당직을 맡지 못한 친박계 의원들은 일단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며 상황을 지켜보자는 관망모드로 돌아섰다. 김태흠 최고위원도 “이제 친박은 없다. 친박이 있었다면 제가 최고위원 선거에서 1등을 했었을 것”이라며 친박계와 홍 대표 간 갈등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불씨는 계속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날 주요 당직자 인선 발표 직후 “홍문표 사무총장은 옛날에 우리 당에서 사무총장을 했다가 바른정당에 나갔다 온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또 사무총장에 앉혀서 어떻게 혁신과 변화를 이룰 수 있겠냐”며 “너무 한심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