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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백 번씩

등록일 2017-08-01 21:17 게재일 2017-08-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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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필자는 미국에서 강의할 때 매 과목마다 미국 학생들에게 한자(漢字)를 하나 가르쳐 준다.

학생들에게 `사람(man)을 어떻게 한자로 쓰는지 가르쳐 주겠다, 이 글자는 쓰기는 간단하면서도 그 의미가 심오하므로 결코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다음, 사람 인(人)을 칠판에 크게 써 보인다. 학생들에게 왜 한자로 사람을 이처럼 표기하는가 질문하면, 한자를 전혀 모르면서도 미국학생들은 즉시 `사람들은 서로 의지하며 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한국에서 지난 7년간 가르치면서 같은 질문을 하면 한국 학생들은 물론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연에 의존해 사는지, 자연으로부터 얼마나 막대한 혜택을 `공짜`로 받고 사는지 기술한 바 있다.

오늘은 우리가 얼마나 서로 의존해 사는지 생각하고자 한다. 내 주변을 둘러보라. 내가 만든 것이 하나라도 있는가? 내가 입고 있는 옷, 살고 있는 집, 먹는 음식, 시속 100㎞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 강을 쉽게 건너게 해 주는 다리, 산을 가로지르는 터널, 교육, 행정, 국방, 법, 치안 등 내게 필요하고 또 일상 즐기는 것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서 홀로 산다면 얼마나 고생일까? 씨 뿌리고, 재배하고, 수확해야 곡식을 얻는다. 곡식도 요리해야 먹을 수 있다. 옷은 어떻게 만들지? 집도 내 손으로 세워야 하는데 갖가지 재료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건축하지? 자동차 비행기도 내가 만들어야 여기 저기도 다녀보고 자연의 경이로움도 즐길 수 있는데, 언제 그 모든 것을 스스로 설계하고 고안해 만들지?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인류는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할 때까지 지구가 공같이 둥글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고, 코페르니쿠스 때까지도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믿었었다.

우리 각자는 직·간접으로 어떤 품목들을 생산하고 사회조직 질서를 운영하는데 종사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남들이 만들었거나 수고한 덕분에 살고 있다.

어느 하나도 혼자서 만들거나 이루지 못한다. 혹자는 내가 번 돈 주고 사서 쓴다고 가볍게 지나치려 할지 모르나 돈 주고 구입하는 것도 인간 공동체가 있으니 가능하다.

대통령이나 조직의 장이 큰 일을 한다지만, 모든 것을 혼자할 수 없고 주위에서 도와야 한다. 그의 보좌관들도 역시 혼자 할 수 없고 아래 보좌관들이 도와야 한다. 이렇게 서로 의지하는 인간 사회가 존속하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저서 `내가 보는 세상(The World As I See It)`의 첫 대목을 소개한다. “그는 현재 생존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과거에 생존했던 수 많은 사람들 덕분에 산다고 기술하고, 자신이 받은 대로 남에게 주어야 함을 `매일 백 번씩` 자신에게 상기시키고 감사한다”고 썼다.

`매일 백 번씩` 고마워하고 자신이 받은 대로 남에게 줘야 함을 자신에게 상기시킨다?

처음 그 글을 읽었을 때, 내 눈을 의심하고 그 대목을 다시 읽었다. 분명히 `매일 백 번씩`이라고 쓰여있었다. 필자가 아인슈타인을 만난다면 제일 먼저 질문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수십년 만에 한국에 와보니 길들이 깨끗한 편이어서 우리의 문화수준이 높아졌다고 흐믓해 했다.

그런데 어느날 아침 일찍 동이 트기 전 볼일이 있어 나왔더니 길을 청소하는 분들이 이길 저길에 보이지 않는가? 서서 이리저리 다니면서 길 청소하시는 분들 때문에 우리는 상쾌한 환경를 즐긴다. 고마운 분들이다.

아침 사무실 화장실을 가면, 벌써 깨끗하고 상쾌하게 청소되고 꾸며져 있다. 허리를 구부리고 솔질하고 걸레질하느라 허리까지 아팠을텐데, 고마운 분들이다.

밤 늦게 귀가하면, 어두운 아파트 구석 구석을 점검하는 분들을 종종 본다. 남들 잠자는 시각에 우리의 안전을 돌보는 고마운 분들이다. 고마운 분들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끝없이 서로 감사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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