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탄핵 정국을 맞고 박 전 대통령이 영어의 신세가 된 건 국민에게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공직 배제 5대 원칙에 의거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재로 조각인선을 약속했으나 심지어 어떤 인사는 대통령 스스로 천명한 인사배제 5대 원칙에 전부 해당하는 `비리 5관왕` 후보자를 야당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야당은 국회 청문회를 모독하고 무력화한 행위이며 전형적인 코드인사라고 반발하며 청문회 무용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청문회 상에서 나타난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비리의 연루는 과거 정부의 정부 요직인사들과 별반 다름이 없어 믿음에 금이 났다. 그나마 전 정부와는 다른 낮은 곳으로부터의 소통정치를 하고 있기에 국민들이 믿고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고려 말 원나라의 정동성 향시에서 수석으로 급제하여 원제에게 건의하여 고려에서의 처녀 징발을 중지하게 한 학자 이곡(1298~1351) 선생은 관료들의 자세를 `동문선, 신설송이부령귀국`에 잘 정리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비록 임금에게 잘 보였을지라도 백성에게 잘 보이지 못한다면 높은 지위와 많은 봉급은 가질 수 있으나 백성에게서 오는 원망은 면하지 못할 것이며, 비록 지금은 남에게 칭찬을 받을지라도 후세에 칭찬을 받지 못한다면 많은 공적은 세웠다 할지라도 뒷사람에게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은 이곡 선생이 나라에서 벼슬하고 있을 때, 고려의 왕이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 임금에 앞서 먼저 본국으로 떠나는 벗에게 신하의 도리를 일깨워주기 위해 쓴 글이다. `신하 노릇 하는 것은 쉽지 않으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운을 떼면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말은 장황하나 그 요점은 매우 간단하다. 무엇보다도 백성이 최우선이라는 점과 그리고 후세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록 임명권자에게 잘 보였을지라도 국민에게 잘 보이지 못한다면 높은 지위와 많은 봉급은 가질 수 있으나 국민들에게서 오는 원망은 면하지 못할 것이고 비록 지금은 남에게 칭찬을 받을지라도 후세에 칭찬을 받지 못한다면 많은 공적은 세웠다 할지라도 후인들에게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조선후기 독립운동가 유인석(1842~1915) 선생은 그의 저서 `의암집, 직목설`에서 `사람을 찾음에 곧은 나무를 찾을 때처럼 성심을 다하고, 사람을 살핌에 곧은 나무를 살필 때처럼 치밀하게 하면 고른 사람이 곧지 않은 경우는 있지 않다.`
이 글은 구한말의 의병장인 의암이 어떤 일을 겪은 뒤 느낀 바를 적은 `직목설`에 적은 것이다.
의암이 어느 날 집을 짓기 위해 두 사람을 시켜 곧은 나무를 구해 오게 했는데 한 명은 굽은 나무를, 다른 한 명은 곧은 나무를 구해 돌아왔다. 의암이 굽은 나무를 구해온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그 사람은 `산에 가보니 앞에 곧게 보이는 나무가 있어서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살펴보다 곧지 않은 데가 보이지 않아 나무를 베었는데, 베어 보니 굽은 나무였다`는 것이고, 곧은 나무를 구해온 사람은 `명을 듣고 귓가에 곧은 나무라는 말이 맴돌았고 문을 나설 때는 마음에 온통 곧은 나무 생각뿐이어서 산에 들어서며 곧게 보이는 그럴싸한 나무들은 좌우로 살펴보니 곧았는데 뒤에서 보니 모두 굽은 나무라 살피고 또 살펴서 빼어난 곧은 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할 때 곧지 않은 나무를 구해온 사람의 판단을 밟을 때가 종종 있다. 그저 윗사람 눈치나 살피고 당장 자신의 업적을 드러내 과장하기 좋아하는 정치인들이나 정부 관료들은 곧은 나무를 베어 왔던 사람의 정신자세를 한번 떠올려 무엇이 국민을 위한 길인지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