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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

등록일 2017-08-11 20:46 게재일 2017-08-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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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표 정책이 하나둘씩 펼쳐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부동산 투기를 막는 8·2부동산대책, 최저임금 상향조정, 부자증세 등이다.

우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축소, 청약가점제 확대 등 부동산시장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실행가능한 규제가 총동원된 8·2부동산 대책에 대한 반응은 매우 뜨겁다. 당장 부동산 시장의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수도권의 집값 폭등지역의 아파트 값은 하향추세로 접어들었으니 일단은 성공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다수 아파트 실수요자들이나 세입자들은 내집마련 길이 도리어 막혔다며 볼멘 소리를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행의지는 강경해보인다. `8·2 대책`의 핵심 설계자로 알려진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지난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물러서지 않겠다. 적어도 내년 봄 이사 철까지 (집을) 팔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집을 투기수단으로 삼아 빚을 내서 여러 채를 사고 수억대 차익을 내는 다주택자를 겨냥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일제히 “투기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으로는 집값 폭등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규제 강화가 아닌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 권한 대행은 “8·2 부동산 대책은 수요 쪽에만 치중한 대책”이라며 “수요만 억제해서는 (정책은)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차관출신으로 경제전문가인 그는“공급 확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택지개발과 짜투리 (용지) 활용 그리고 재개발·재건축으로 용적률을 높여서 집 수를 늘리는 정책을 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문재인 정부는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내놓은 총 12번의 부동산 관련 대책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대책을 발표한 것”이라며“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최저임금제로 인한 불만도 상당하다. 최근 경남지역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조카가 여름휴가차 서울에 왔다가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이 조카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최근 처음으로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최저임금을 갑자기 이렇게 한꺼번에 올리면 직원을 고용하는 자영업이나 편의점, 한의원 등은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점진적인 개선이 변화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데, 정부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내달리는 것 같다는 얘기였다.

`부자증세` 역시 논란이 한창이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금을 늘리는 반면 서민과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증세 효과도 크지 않으면서 근로 의욕을 떨어트리고 조세 저항을 불러온다는 반론이 많다.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라면서 고용의 주체인 기업의 세금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정부가 제안한 부자증세만으로는 급증하는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비판도 외면할 수 없다.

현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이 사실상 `중부담 중복지`라는 측면에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특정계층이나 특정부문의 희생을 강요하는 식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고통을 분담하는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새 정부의 의욕에 찬 정책이 잘 되길 바란다. 그러나 시장을 이기는 정부가 없다는 교훈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치판에서는 더욱 그렇다. 바로 민심이 천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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