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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해방과 독립

등록일 2017-08-16 21:26 게재일 2017-08-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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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수<br /><br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경제학

어제는 8·15 광복절이었다. 72년 전 한국은 36년간의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났고 해방 후 일본의 강점기간 보다 두 배의 기간이 흘렀다. 우리는 얼마나 진정한 해방과 독립, 그리고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해방은 독립을 의미하고 독립은 자유를 의미한다. 독립과 자유는 동시에 책임을 수반한다. 얼마나 우리 각자가 자율적으로 스스로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얼마나 해방과 독립,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측정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전쟁, 사회, 카스트 관행 등 개인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극한 상황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기는 하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각자가 자율적으로 스스로 책임을 지고 행동하도록 허용하는 환경과 문화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40여 년간 미국의 유명한 대기업에서 활동하고 은퇴한 후 한국의 모 대학에서 몇 년간 연구교수로 활동한 분이 들려준 예를 소개한다.

그는 미국회사를 대표해 자주 한국을 방문, 한국회사들과 비즈니스 협약을 체결했다. 미국 회사는 그가 한국회사 대표들과 협상하여 사인한 계약을 그 회사의 계약으로 받아들이는데, 한국회사를 대표한 사람들은 그들이 협상안에 사인하고도 최고경영자의 심의와 결재를 기다려야 했다.

한국 최고경영자의 심의와 결재를 기다리는 기간이 흔히 몇 달씩 걸리기도 하고 그사이 상황이 바뀌기도 하여, 함께 일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가 미국회사에서 일할 때가 연상됐다.

필자는 1981년 다른 미국 회사대표들과 협의하고 회사로 돌아왔는데, 회사에서는 생각이 좀 달랐다.

그때 필자의 상사가 `당신이 회사를 대표했으니 당신이 동의한대로 받아들인다`고 말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개인에게 자율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일의 질, 개인의 열정, 조직능률과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개인의 자율성이 낮을수록 개인의 책임감, 창의력이 자연히 떨어질 것이다.

담당자는 조직 전체를 위해 창의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대신, 윗사람의 입맛에 맞추려 할 것이다. `위에서 바꿀테니, 내가 너무 애쓸 것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일의 결과에도 관심이 떨어질 것이다.

반면,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할수록 주인의식과 책임감도 신장되고 창의력을 발휘하여 조직 전체를 위해 일을 추진하고자 할 것이다. 주인의식은 일의 결과에도 책임감을 갖고 일을 제대로 추진하도록 동기부여를 더할 것이다. 독일의 나치정권 하에서 독일군들이 수많은 시민을 대량학살하고도 전범재판에서 위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하였다. 군과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하에서 우리도 얼마나 내적 양심을 따를지 확신할 수 없으나, 개인들이 자율적으로 행할 수 없거나 스스로 책임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자유를 누리지 못하거나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진정한 독립인, 자유인은 자율적 책임을 위임 받기도 하고, 스스로 그 책임을 솔선해 짊어져야 할 것이다. 미성년자는 성인에 비해 자율성도, 책임을 지는 자유도 없다. 미성년자에게는 `보호자`가 있고, 그가 보호자의 동의없이 체결한 계약은 일반적으로 무효다.

요즘 보통 30대에 결혼하는데 한국 신혼들은 대부분 미성년자같이 자신의 자유권을 포기한 행동과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법적 성년이 된지 10년, 20년 지나서도 자신의 가정을 자신들의 힘으로 시작하지 않고, 허리 부러지게 애써 모으고 은퇴할 날이 다가오는 부모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혼들이여, 둘이서 젊은 혈기와 사랑으로 뭉쳐 맨 주먹으로 자신들의 힘으로 가정을 꾸미는 보람과 긍지, 희열을 만끽하라. 두 부부의 재능과 취향, 그리고 가치를 추구하는 가정을 자유롭게 건축하라.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새내기들에도 비슷한 격려를 강력히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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