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시장·석주 후손 등<BR>이상룡 생가 상징성 강조<BR>유치 당위성 정부에 건의<BR>복원사업과 별도 추진키로<BR>재정자립도 낮아 무리수<BR>일각선 우려 목소리 나와
임청각 복원을 위한 세부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임청각 복원에 맞춰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안동에 유치하자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권영세 시장과 석주 선생의 후손들은 임청각 복원·선양 사업과 함께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안동 유치를 정부에 제안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와 관련, 김종진 문화재청장과 권영세 안동시장이 지난 19일 임청각을 찾아 석주 선생의 증손 이항증씨를 비롯한 후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청장과 석주 선생의 후손들은 임청각 복원·정비계획의 추진방향 등과 관련해 개략적인 방안을 협의했다.
김 청장은 “문화재적 의미도 있지만, 정신적인 큰 의미가 있는 임청각을 복원하고 보존하는데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이어 “임청각의 완전한 복원과 석주 선생의 선양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이날 먼저 1990년 고향으로 돌아온 석주 선생의 위패가 모셔진 사당과 후손들의 활동 상황을 전시해 놓은 군자정을 살펴봤다. 이어 9명의 독립운동가가 태어난 태실(胎室)이 있는 안채 마루에서 후손들과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날 고성 이씨 후손인 이재업 유교문화보존회장은 “임청각 인근 가옥과 토지를 정비해 일대가 기념사업화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임시정부기념관의 안동 이전도 충분히 당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안동시장도 “내년 5월 용역이 나오는 대로 정부와 협의해 임청각 원형복원을 추진하고 대통령께서 국가사업이라고 말한 임시정부 기념관도 서울시와 조율이 된다면 초대 국무령을 지내신 석주 선생의 생가인 이곳에 건립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이하 임정기념관)은 2019~2020년께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서대문구 옛 서대문구의회터에 들어설 계획으로 추진중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안동시와 협의해 임청각 복원·선양사업과는 별도로 임정기념관 유치 또는 상해임시정부 복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임청각이 위치한 안동시 동부동이 지역구인 김경도 시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임청각을 언급했고, 최근 국무총리 방문에 이어 문화재청장까지 이곳을 방문했다”며 “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인 이곳에 상해임시정부청사가 복원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 상해임시정부청사 복원한 전남 함평
전라남도 함평군은 2009년 6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임시정부 청사를 국내 최초로 복원했다.
독립운동 자금 책임자로 상해 임시정부 청사 건물의 명의자였던 일강(一江) 김철 선생의 고향인 함평군 신광면 함정리 구봉마을에 들어선 임정청사는 사업비 38억 원을 들여 전체면적 620㎡ 규모의 지상 3층 건물로 붉은 벽돌집 형태의 중국 현지 건물형태 그대로 복원됐다.
또 내부도 김구 선생 집무실, 정부 집무실, 회의실, 화장실, 부엌, 침실 등의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임시정부가 상해에서 21년 동안 사용했던 책상과 의자, 침대는 물론 각종 사무기기 등을 중국 현지에서 직접 제작해 들여왔다.
◇임청각 미등기 문제 해결과 국가사업에 따른 경상경비는 부담
임청각 복원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고성 이씨 집안의 다른 파(派) 후손 4명에게 분산 등기된 이후 현재 자손이 100여 명으로 늘어나 권리관계가 복잡한 것도 걸림돌이다. 석주 선생의 증손자인 이항증 씨 등 고성 이씨 후손들은 다른 집안 소유로 돼 있던 임청각의 소유권을 바로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2010년 8월 가까스로 법원의 기존 등기 말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문중 후손들이 안동시에 요구한 `문중 이름의 등기와 건축물대장 만들기`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지금까지 건축물대장도 못 만든 채 미등기 건축물로 남아있다.
한편, 임청각 복원과 함께 정부의 국가사업으로 임정기념관 유치, 상해임시정부청사 복원사업 등의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일부 시민들의 반발도 감지되고 있다.
현재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3대문화권사업 등을 비롯한 각종 국비 사업이 추진되면서 안동시 재정여건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사업들이 국비 사업으로 추진되더라도 유지비를 비롯한 각종 경상경비 수백억 원은 모두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동시의 경우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약 17%로 비슷한 규모의 지자체 재정자립도 32%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게다가 재정자립도가 2015년 전국 180위에서 지난해 199위로 추락한 실정이다. 이렇듯 지자체 재정이 바닥을 치는 가운데 계속해서 안동시가 선현들을 재조명하는 사업에 재정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안동시 용상동 권모(40)씨는 “역사를 재조명하고, 선현들을 굽어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기가 어려워 허리띠를 졸라매는 시민부터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현실을 직시하는 현명한 안동시의 판단이 필요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