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다시 기술주 주가의 성과가 좋았다. 트럼프가 어떤 인플레를 만들지 모르고, 그런 인플레 위험을 회피하려면 확실한 성장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기술주로 돌아온 것이다. 그 결과 채권 같은 배당가치주는 아직 소외된 상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소매판매는 3개월 연속 전월비 감소했다. 트럼프가 세금을 깎아 주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위축됐다. 가계부채 부담이 큰 미국의 소비자들이 최근 오른 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장단기 금리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인플레가 아니라 디플레의 증거다. 지금처럼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된 것은 IT버블 붕괴가 있었던 2001년, 그리고 리먼사태가 터졌던 2007~2009년 이후 세번째다.
이런 모습을 보며 투자자들은 정책으로도 이길 수 없는 구조적 변화를 실감하는 모습이다. 세계적 베이비부머(baby boomer)인 1960년생들이 만으로 57세에 접어들었다. 이제 은퇴할 나이이고 본격적으로 여생을 위한 배당과 이자가 필요해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배당과 이자 같은 유동성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즉 감당할만한 위험이라면 투자자들이 과감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둔감한 이유는 기업들이 그 동안 설비투자를 크게 줄여 장비를 돌려야 하는 부담도 줄고, 기업 내 자금도 넘쳐 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익의 변동성이 줄고, 돌발적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논리다.
따라서 트럼프 발 인플레 공포가 완화되면 투자자들은 채권을 다시 사되 고금리 채권으로 뛰어 들 것이다. 예를 들어 후순위채의 경우 일반 은행채보다 수익률이 연 2%p가량 높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인다. 주식도 감내할만한 위험이 주는 높은 수익률을 즐기되 배당성향이 높은 쪽으로 유동성이 쏠릴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을 정상화시켜 높은 수익률을 얻는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다.
한편 한국의 배당가치주는 아직 회복의 기미가 없다. 우리나라의 배당가치주는 엄밀히 이야기하면 중소형 가치주인데 2015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펀드 환매가 아직 끝나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형주가 이런 매물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과매도되어 이제는 확실히 가치주로 돌아 온 상태지만 아직 매물부담으로 인해 주가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삼영무역, 경동도시가스 등 실적이 우량한 가치주를 소개한 바 있다. 실적 개선 덕분에 주가 하락세는 진정되었지만 이들마저도 매물부담으로 인해 턴어라운드에는 실패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투자기간에 큰 제약이 없다면 이런 가치주를 매집하는 것이 진정한 투자일 것이다.
가치주를 하나 더 소개한다. 광주신세계다. 최근 신세계와 신세계 아이엔씨는 신세계 그룹의 빅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급등했다. 마치 월마트가 아마존의 도전을 극복하고 반등에 성공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광주신세계만 소외됐다.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대규모 가치주 펀드 환매로 인한 매물부담으로 보인다.
광주신세계는 이런 매물부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인해 주가이익배율(PER)이 7배까지 낮아졌다. 그 이익이 매우 안정적인 점을 감안할 때 확실한 가치주인 셈이다.
특히 광주신세계는 정용진 회장이 지분 가운데 52%를 갖고 있다. 그가 모친 이명희 회장 보유의 신세계 및 이마트 지분을 상속 받으려면 대규모 세금지출이 수반되므로 광주신세계 주가가 높아야 하는데 지금은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사실도 광주신세계 주가의 저평가된 부분이 회복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처럼 미국, 중국, 러시아의 대립이 심화될 때 증시가 순간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이 때 가격 거품이 심한 주식들이 취약하다. 이럴 때 잠시 증시를 떠나 있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가치주를 공부해 보는 시간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