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장 후보 토론을 보고 <BR> 박준섭 변호사
3일 열린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경선후보 TV토론에서 대구공항 이전이 선거 쟁점화되고 있다. 유권자로서 관전평을 겸해서 대안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대구공항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은 군공항은 분리해 이전하고 대구공항은 남겨둔 채 확장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공항 이전 예정지인 의성은 약 60㎞, 군위는 약 30㎞여서 멀고 시민들이 이용하기 불편해서 김해공항에 항공수요를 잃게 되어 쇠락하는 지방공항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설사 3천500m의 활주로를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미주나 유럽으로 취항할 항공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 동구도심에 있는 대구공항이 관문공항으로는 부족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활주로의 길이가 2천755m로 짧아 대형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없어서 미주노선이나 유럽노선은 취항할 수가 없다. 또 대구공항에는 현재 화물터미널이 없어서 김해나 인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구가 이전된 신공항의 배후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구 도심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아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구공항의 군공항과 분리·확대 이전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대구공항을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의 재편의 방향과 대구가 앞으로 만들어 갈 미래라는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자동차·화학·조선·철강 등 대기업중심의 산업구조를 통하여 선진국을 추격하는 추격자모델(Fast follow-up)정책을 펴면서 산업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일본을 추격하는 똑같은 방식으로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고 그 격차는 얼마 남지 않았다. 미래학자들은 그 격차가 5년도 남지 않았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게다가 중국은 그동안 축적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산업과 4차산업혁명시대의 미래산업을 동시에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국가적으로 4차산업혁명을 통해 혁신성장을 추구하면서 선도자(First Mover)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구시도 그동안 전기자동차, 로봇, 의료, 물산업 등 미래의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고자 노력해왔다.
정부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해 감에 따라 대구의 전통산업인 섬유산업은 존폐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고 대구의 주력산업이 된 자동차부품산업도 적자에 있는 기업이 많다. 현재 성서공단의 상당수의 공장이 매물로 나와 있고 그 공장들이 대구의 섬유산업 등 전통산업과 관련된 곳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만약 대구가 산업구조의 재편을 성공하지 못한다면 대구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의 상황은 대구가 산업구조를 미래산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예전에 한 때 잘나갔으나 지금은 그저 그런 중소도시`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구공항이전 문제를 보자. 대구·경북이 앞으로 4차산업혁명을 통해 미래산업이 융성하는 첨단도시가 된다면, 미래에 첨단산업과 문화가 융복합된 풍요로운 도시가 된다면, 미래산업의 경박단소(輕薄短小)의 상품을 실어나르고 많은 외국인과 내국인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3천500m의 긴 활주로와 항공터미널이 있는 관문공항이 가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구의 10차선의 달구벌대로는 2차선 도로부분만 포장됐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많은 시민이 왜 필요도 없는 길을 이렇게 크게 만들었느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10차선의 달구벌대로도 좁게 느껴진다. 산업화시대에 좋은 결정을 했던 대구가 이제 미래를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좋은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
미래는“국가가 지고 도시가 뜨는”시대다. 우리 후세대가 대구·경북에서 살면서도 네트워크로 세계적 도시와 연결된 중심도시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후세대에 어떤 공항을 남겨주어야 하는지는 명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