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설립 MOU 체결<br />원전·인구 최대 밀집지역<br />양산단층 통과 등 내세워<br />대통령 ‘동남권’ 설립 발언<br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도<br />포항·경주는 “어불성설” <br />정량적 기준 적용은 무
부산시가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유치를 본격화하면서 기존 지진피해지역인 포항·경주와 함께 지자체간 유치경쟁이 과열양상으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시는 전국 최대 원전밀집지이자 양산단층대의 주요 단층이 부산지역을 가로지르고 있어 지진에 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최근 2년새 대형지진이 발생, 현재까지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포항시와 경주시 입장에서는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유치전은 오는 6월 13일 치러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 정치권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
부산시는 11일 부산시청 12층 회의실에서 경남 양산시, 부산지역 3개 국립대(부산대, 부경대, 한국해양대)와 함께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기관은 앞으로 공동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부산대 양산캠퍼스 등에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은 원전밀집도가 세계 3위(국내 1위)로 사고가 날 경우 피해 반경 안에 인구(380만 명)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또 양산단층대의 주요 단층인 양산·동래·일광단층이 이곳을 가로지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동남권 지진방재센터 설립을 공약했다는 것도 부산에 연구원이 유치돼야 하는 당위성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행정안전부로부터 지진방재분야 전문인력 양성학교로 지정돼 있으며, 양산캠퍼스에 세계 2위 규모의 지진모사 진동대를 보유한 지진방재센터가 있다는 입지조건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9.12 지진’, 2017년 ‘11.15 지진’을 각각 겪으며 지진의 공포를 실제로 경험한 경주시와 포항시 입장에서는 부산시의 지진방재연구원 유치 당위성 주장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부산지역이 전국에서 원전밀집도가 가장 높으며 인구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원전이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최대 한계치(규모 6.5∼7)를 넘는 지진이 발생, 원전누출사고로 이어질 경우 반경 30∼40㎞ 이내는 초토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원전이나 인구가 많고 적음을 구분하는 정량적 기준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포항시와 경주시는 이번 부산시의 유치를 놓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지자체간 갈등으로 수년간 제자리걸음 중인‘원해연(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유치전’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면서도 연구원 유치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부산시가 대통령 공약에 명시된 동남권이라는 애매한 범위를 이용해 지진연구원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며 “이같은 주장대로라면 인구가 가장 많은 수도권 지역이 지진연구원 건립의 최적지라는 논리가 성립된다”고 전했다. 이어 “포항시는 지난해 지진 발생 이후 포항 국립방재공원 건립을 위해 정부, 경북도 등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립방재공원 사업안에는 공원 내에 지진방재연구원을 유치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경주시 관계자는 “국립지진방재연구원과 같은 국가시설은 광역자치단체의 노력이 절실한데 부산시는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며 “경주지역에도 월성원전이 자리잡고 있는 만큼 연구원 유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지진방재연구원은 지진대응기능 강화 연구, 지진조사체계 구축 연구, 지진재해 종합대응매뉴얼 개발, 지진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양성 등을 위해 추진되고 있으며 부산시가 최근 자체 연구를 진행한 결과 연구인력 250여명, 5실, 1센터, 18팀 규모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