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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기댔던 ‘북풍’ 이번 선거에선 ‘역풍’?

박형남기자
등록일 2018-05-01 21:46 게재일 2018-05-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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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회담 국민적 관심에<br />TK 선거전 예측 ‘안갯속’<br />전국 보수민심 변화 감지<br />오중기 “민주 바람 불 것”<br />당 지지율 상승에 자신감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돌발 변수로 6·13지방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지역에서 여권 바람이 얼마나 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TK지역에서도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는 30일 경북매일과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으로 넘어오는 등 다른 점들에 TK 지역민들도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북미 대화까지 잘 마무리된다면 TK지역에서도 민주당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5월 폐쇄 및 북한 표준시를 남한에 맞추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그동안 북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TK 지역민들의 의식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7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북한의 비핵화·평화정착 의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64.7%로 집계됐다. 리얼미터는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보수층,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울산(PK) 등 전통적 보수성향을 포함한 모든 지역·연령·정당지지층·이념성향에서 신뢰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며 “남북정상회담 메시지가 국민 대다수의 이목을 집중시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호감도가 일정부분 상승하면서 TK지역에서도 보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셈이다.

이런 기류에 한국당 내부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깎아내리는 당의 공식입장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극우당’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아 지방선거를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태호 경기지사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등은 당 공식입장과는 다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들도 홍준표 대표와는 결이 다른 논평을 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당 TK지역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불협화음도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6·13 지방선거를 끌고가려 했지만 공천 탈락자들의 무더기 무소속 출마로 인해 TK지역에서 한국당 심판론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성향의 무소속 후보들과 바른미래당 후보들까지 등장하면서 보수표 분산으로 민주당의 어부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TK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 TK지역에서 민주당 바람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K지역 소속 한국당 한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이 TK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며 “아무리 TK지역이 한국당의 텃밭이라고 하지만 민주당 소속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들은 대거 배출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당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지방선거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국회 앞에서 특검 촉구 천막농성을 벌이는 등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이날 “남북정상회담 뒷꽁무니에서 드루킹과 미투 진실을 은폐하려는 술책이 다양하게 포착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TK지역 일부 의원은 아예 문재인 정부가 북미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TK지역 한 의원은“지금 현재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지방선거의 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핵을 포기한다는 입장인 만큼 북미정상회담에서 큰 결과물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지역정치권에서는 “한국당 TK의원들이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지방선거 필패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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