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삼성그룹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논쟁이 뜨겁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을 연결기준 종속회사에서 지분법 관계회사로 바꿔 시장가치를 반영하고 기업의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사실 연결기준이나 지분법이나 시장가치는 반영하지 않는다. 단, 회계처리 방법을 바꿀 때 공정가치를 반영할 수 있으므로 시장가를 적용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의 바이오젠이 지분을 추가로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만한 환경이 되어 회계처리 방법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즉 회사가 개발중인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한국과 유럽에서 판매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콜옵션 행사 확률이 높아졌고,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이를 장부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바이오젠의 확실한 의사표현이 없었기 때문에 장부가치를 왜곡시켰다고 지적한다.
이런 맥락이라면 삼성 측의 주장이 타당해 보인다. 그럴만한 융통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고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 초기 바이오 기업들이 자산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개발 비용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에 개발 중인 약이 출시되기도 전에 자본잠식으로 도산할 수 있고,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자산가치를 부풀리려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개발 비용을 자산화시키기도 한다. 테슬라도 개발중인 모델 ‘M3’에 소요되는 비용을 자산화하고 있다.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그렇게 믿고 싶어 자산화할 것이다. 한국의 바이오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체의 경우 신차를 출시할 때 공인기관에서 연비 테스트를 받는다. 그런데 그 테스트 랩(lab)의 주행 환경에 최적화시키면 자동차의 개발원가를 낮출 수 있다. 어떤 경우는 그 정도에 따라 신차가 탄생할지, 아니면 죽을지 결정된다. 물론 신차가 출시되어 거리를 돌아다닐 때 테스트 당시보다 더 많은 유해가스를 배출할 수 있지만 테스트 과정에 속임수가 없었다면 인정된다. 기업은 원래 이런 것이다.
이번 사건은 금융당국이 너무 기업의 생리를 모르거나 단순한 정치적 갈등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바이오 업체들의 자산가치가 부풀려져 투자자들이 입을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이런 규제에 나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어리석은 투자자가 도입기에 있는 기업의 장부를 본단 말인가? 투자자를 보호하고 싶다면 그런 기업들의 미래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들의 진행 프로젝트에 대한 공시에 신경을 써라.
요즘은 삼성을 두들기면 영웅이 되는 세상인 것 같다. 그 만큼 재벌에 대한 피해의식이 많았다는 의미다. 이 부분은 삼성도 반성을 해야 한다. 그 동안 많은 하청업체들의 팔을 비틀었을 것이다. 미국기업들도 돈은 개같이 번다. 그러나 정승같이 쓰는 법을 안다. 사회환원을 제도화했다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면 주주, 종업원, 지역 주민, 그리고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과 어떻게 나눌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삼성도 나름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재벌을 해체하면 그 다음 지배구조는 준비했나? 역량 있는 전문경영인들이 충분한지, 그리고 그들을 주주들이 감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제도화됐는지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칫 공기업화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우려되는 경우다. 정부가 사장을 내려 보내고, 기업 내 관료주의가 팽배해지고 기업가 정신을 잃는 순간 한국 경제는 끝이다.
함께 부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가가치를 만드는 일이 먼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