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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와 미꾸라지

등록일 2018-07-06 20:42 게재일 2018-07-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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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그룹을 창업한 이병철 회장이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자신의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농사를 지을 때 이야기다. 이 회장은 일찍부터 이재술(理財術)이 뛰어나 논에서 돈 버는 방법을 연구해 냈다. 당시의 논 1마지기(200평)에서는 농사가 잘돼야 쌀 2가마니가 생산되던 시절이었다. 이 회장은 시험삼아 논 1마지기에는 벼를 심고, 다른 한 마지기에는 ‘미꾸라지’새끼 1천마리를 사다가 길렀다. 가을에 수확 때까지 양쪽 모두 똑같은 비용을 투입해 각각 재배하고 길렀는데, 벼를 심은 논에서는 예상대로 쌀 2가마니가 생산됐으나 미꾸라지를 기른 논에서는 커다란 미꾸라지가 약 2천마리로 늘었다. 그것을 전부 잡아서 시장에 내다 팔았더니 쌀 4가마니 값을 받았다. 그 이듬해 또 다른 방식으로 시험양식을 했다. 한 쪽 논 200평에는 역시 어린 미꾸라지 1천마리를, 다른 논 200평에는 미꾸라지 1천마리와 미꾸라지를 잡아먹고 사는 천적인 ‘메기’20마리를 같이 넣고 길렀다. 그해 가을에 양쪽 모두 수확을 하고 보니, 처음 논에는 2천마리의 미꾸라지가 생산됐고, 메기와 미꾸라지를 같이 넣어 길렀던 논에서는 메기들이 열심히 미꾸라지를 잡아먹었는데도, 4천마리로 늘어났고 메기도 200마리로 늘어났다. 이 회장은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 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생명계의 자연현상은 어려움과 고통과 위험이 닥쳐오면 긴장해 더 활발히 움직이고, 생존본능이 강화돼 더 열심히 번식하고 훨씬 더 강인해진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파면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내 준 자유한국당이 6·13지방선거에서 여당에게 대참패를 한 후에도 아직 제대로 수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며 자유한국당이 이 회장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고 생각해 떠올린 얘기다. 지방선거에서 ‘메기’인 더불어민주당이 ‘미꾸라지’인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수없이 잡아먹었는 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아직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정치권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가 향후 10년 이상 정권을 재창출해낼 것이란 때이른 전망이 무성하다.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분발이 필요한 데,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설왕설래만 계속하니 안쓰럽기 짝이 없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또 다른 물고기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강에 돈(豚)이라는 이름의 물고기가 살았다. 이 물고기가 하루는 다리 아래에서 헤엄을 치다가 교각을 들이 받았다. 그러자 돈이라는 고기는 그 교각이 자기를 들이 받았다고 화를 냈다. 이 고기는 아가미를 펴고, 지느러미를 세우고, 배를 두드리며 물 위로 떠올라 교각을 원망하며 오래도록 거기서 떠나지 않았다. 독수리가 날아가다 그 물고기를 보고는 잡아먹어 버렸다. 제 멋대로 헤엄치다가 교각을 들이받아 놓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하고 멋대로 화를 내다 끝내 독수리에게 잡아먹히고 만 것이다. 이렇게 어리석은 물고기를 두고,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는다고 과녁을 탓하고, 산이 멋지게 그려지지 않는다고 산을 탓하고,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를 탓할 것이냐고 묻는다.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으면 나의 자세가 바른가를 보고, 산이 그려지지 않으면 나의 마음을 보고,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가 좋아하는 것이 나에게 있는가를 살펴봄이 옳지 않은가. 자기에게서 문제를 찾지 못하면 발전은 없다.

자유한국당이 돈이란 이름의 오만한 물고기 꼴이 되지 않길 바란다. 서로를 키우는 메기와 미꾸라지의 지혜는 차용하면 좋겠다. 대구·경북을 텃밭으로 했던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이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인재를 키우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쌓아 진보당과 경쟁하는 또 하나의 축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가 펼쳐지리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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