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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을 투자 유망시장으로

등록일 2018-11-05 20:43 게재일 2018-1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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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홍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 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새로운 지역에 신규로 투자하거나 자사의 제품을 수출하기를 원하는 어떠한 기업이나 사업체라도 이에 앞서 시장조사라는 과정을 반드시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 시장에 대한 규명이 명확할수록 성공하기까지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대한 조사방법론은 매우 다양하지만, 시장 자체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정착시장, 유망시장, 제약시장, 그리고 개척시장이다. 대체로 규제가 비교적 심하지 않고 이미 진출해 인지도가 높아 앞으로 더욱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정착시장, 향후 성장발전함에 따른 판로 확대 등이 기대되고 진입도 수월한 유망시장, 진입규제가 심해 규제철폐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진입장벽의 틈새를 찾아야하는 제약시장도 있다. 마지막으로 개척시장은 현 단계에서는 소득수준이나 규제 등 종합적인 판단은 좋지 않으나 장래 가능성이 커 문화 활동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장이다.

일례로 불과 2년 전, 우리나라의 식품외식산업에 대해 일본이 분석한 시장보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한국인의 미각과 기호상의 특징으로는 밥과 면이 주식이며 고추를 이용한 요리가 많고, 대체로 예전부터 먹어왔던 익숙한 음식메뉴를 고르는 경향이 있어 신메뉴의 경우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다. 외식이 늘고 있고 유통소매시장이 성숙기여서 소매판매가 저성장중이지만 유일하게 편의점은 전년대비 약 8%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소형개인점포보다는 대형유통업체를 선호하며, 단신세대 증가, 고령화 진전 등으로 홈쇼핑, 모바일쇼핑 등 통신판매가 전년대비 11%의 고성장을 보이는데 온라인시장과 유통소매업태가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유통마진은 일본주(사케)의 경우 도매업자가 판매가의 20% 정도, 백화점은 25~35% 정도로 높은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일본은 우리가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취향까지 철저한 시장조사를 기반으로 일본어간판을 달고 있는 초밥, 돈가스, 라면 등 전문음식점을 전진기지로 삼아 일본산 식재료를 수출하며 우리나라 전역의 식품외식산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동안 신성장동력의 확충을 목표로 기업의 신규공장 건설, 사업소 이전 등 투자유치에 심혈을 기울여 온 포항에 대해, 대규모의 자본투자나 사업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포항이라는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마도 커피체인점사업자라면 수년 전까지는 포항을 유망시장으로 지금쯤은 정착시장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텔사업자, 대형유통업체, 스크린경마사업자, 터미널운영사업자 등 쉽게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투자가들까지도 여전히 포항이 유망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포항은 돈만 좀 있으면 매우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것은 외지에서 포항으로 이전해 살아본 주민들이 주거시장으로서의 포항을 판단한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기업이나 투자가에게도 기업하기 좋은 도시,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는 도시라고 적극 권유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곤란하다. 아마도 기업가나 투자가의 입장에서 포항을 시장으로 보고 자가진단을 내린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참고할 만한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포항진출에 실패한 투자사례의 공통분모는 딱 하나다. 시민, 단체,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민원이 그것이다. 민원이 없는 사업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불씨가 커져 사태가 악화된 이후 수습에 나서는 것은 사전예방보다 기회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요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행정, 시민, 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앞으로 포항이 투자 기피시장이 아닌 투자 유망시장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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