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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이전에 데이터부터 갖추자

등록일 2018-11-26 20:34 게재일 2018-11-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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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미국에서는 사물인터넷(IoT), 일본에서는 소사이어티 5.0 등으로 불리는 독일에서 시작된 인더스트리 4.0이 우리나라까지 파도처럼 밀려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홍수를 일으키고 있다. 전국 각 지자체들도 모두 주요 정책이나 미래전략에 ‘4차’라는 글자를 넣지 않으면 다른 지역보다 낙후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듯하다. 포항시도 지난해에 이미 대응전략을 마련한 바 있어 든든한 마음이다. 이처럼 각 국가와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

모두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보는 곳은 다들 제각각이다. 인공지능과같은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을 적용할 수 있는 주요 전자기기 개발, 무선통신속도 개선, 향후 산업과 사회생활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통섭적인 직관 등 모두 동시에 충족해야할 정도로 중요한 과제인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 또한 일개 도구 내지는 외형적인 측정지표에 불과하다. 우리는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것은 바로 ‘21세기의 석유’라고 불리는 데이터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사용하건 사물인터넷을 사용하건 그것을 수단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이루려면 선행적인 재료인 기초데이터가 있어야만 한다. 마치 석유로 자동차를 굴리듯이 데이터가 있어야만 그것을 원료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수 있다. 독일이 인더스트리4.0에 대비하는 전략을 각 부문별로 살펴보면 대부분 데이터가 있다는 전제 하에 데이터분석가를 양성하고 데이터를 이용한 올바른 의사결정메커니즘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데이터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초단위로 생산돼 늘어나고 있다. 미국 대형 IT업체인 시스코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세계적인 데이터 유통량은 엄청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유통량(IP트래픽)은 1984년 매월 17GB(기가바이트)에서 2017년에는 DVD 304억장 분량에 상당하는 122EB(엑사바이트) 즉 1천217억GB까지 증가했다. 2021년에는 2017년 수준의 2.3배인 278EB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데이터가 80% 정도는 소비자부문에서 생성된 것이라는 점이다. 즉, 4차 산업혁명에 이용되는 데이터 대부분이 가정이나 대학, 인터넷카페 등에서 소비자들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다. 나머지 20% 정도만이 기업이나 정부기관인 비즈니스부문에서 만들어졌다. 세계데이터시장에서 정보데이터를 확장시키는 것은 대부분 유튜브를 통한 비디오데이터가 앞장서겠지만 행정기관이나 기업집단 내부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데이터보다는 개인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블로그 등을 통해 생산되는 소비기반 데이터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두려워하는 4차 산업혁명을 우리 손으로 직접 주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런데 포항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라 부르는 정보 대부분이 지방정부인 포항시나 기업 측에서 생성 발신하는 비즈니스데이터다. 시민들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을 통한 정보발신 내지는 정보생성을 하고는 있겠지만 인터넷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 생산량 자체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분명하다. 굳이 세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국내에서조차 데이터는 넘쳐나는데도 인터넷 등을 통해 포항이라는 도시를 검색하여 필요한 정보를 찾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누구라도 포항에 오기 전에 어디에서 먹고, 자고, 보는 것이 좋은지. 어디에서 가장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어떠한 관광 코스를 잡으면 여유 있게 귀가할 수 있을지. 포기하지 않고 손쉽게 오픈된 정보 즉 데이터만으로 포항방문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포항시민이 생산한 데이터가 넘쳐나길 기원한다. 어쩌면 바로 그때부터 포항에서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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