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죽음의 수용소에서 벌어진 일

등록일 2019-02-14 18:55 게재일 2019-02-15 18면
스크랩버튼

그는 비엔나에서 북동쪽으로 가는 기차에 탑니다. 깨끗하고 푹신한 의자 대신 지푸라기가 깔려 있고 오줌 냄새와 파리 떼가 들끓는 화물칸입니다. 숨쉬기도 곤란할 만큼 사람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떨굽니다. 기차에 탄 1500명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인들이지요.

1942년. 남자는 동료 유대인 6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간 나치의 조직적이고 능률적인 살인 공장의 세계에 끌려갑니다. 1500명 중 1300명이 하루 밤 만에 가스실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비교적 건강하고 노동력이 있어 보이는 200명이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요. 남자는 극적으로 삶의 대열에 몸을 옮깁니다.

남자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첫 책으로 펴내기 직전 끌려왔습니다. 품 안에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원고 뭉치가 있습니다. 나치는 가차없이 생명처럼 품고 온 원고를 빼앗아 불타는 소각장에 던져버립니다. 형편없는 강제 샤워를 마친 후 주어진 낡은 옷 한 벌. 그 허름한 옷의 비밀 주머니에서 작은 메모지 하나를 발견합니다. “네 혼과 힘과 마음을 다해 야훼를 사랑하라.” 유대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며 늘 애송하는 쉐마 이스라엘(Shema Israel)의 유명한 귀절을 만난 남자는 눈물이 핑 돕니다. 원고 뭉치와 메모 한 장을 맞바꾸었다 생각하며 삶의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해 수용소 생활에 최선을 다합니다. 하루 배급받는 물 한 컵을 반은 마시고 반은 아꼈다가 최소한의 품위 유지를 위해 세수하고 면도하는데 사용하지요.

남자의 이름은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e). 세계 100대 유명인사들이 가장 영향받은 책 1위로 선정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바로 그분입니다. 사람은 어떤 환경 가운데서도 자신의 행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의지를 가진 존재, 주도적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로 빅터 프랭클은 규정합니다. 사회적 날씨 따위가 결코 우리의 존엄을 짓밟을 수 없고 삶을 휘두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언제 어떻게 가스실로 끌려갈 지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빅터 프랭클은 세상 누구도 누릴 수 없는 진정한 자유를 마음껏 누리지요.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삶입니다.

사회적 날씨에 휘둘리지 않는 주도적인 삶이 우리가 걸어야 할 길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삶의 현장에서 어떤 환경에도 자유를 빼앗기지 않을 그대의 용기에 박수를 드립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조신영의 새벽편지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