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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파일럿(pilot)의 기본 덕목

등록일 2019-03-11 20:06 게재일 2019-03-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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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전벨트 사인이 풀리지요. 기장이 방송으로 자기 소개를 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이 비행기의 기장 제임스 마틴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탑승하신 비행기는 인천 공항을 이륙했습니다. 현재 고도 1만 5천 피트, 속도는 300노트입니다. 그리고…” 기장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상한 말을 쏟아냅니다.

“여기 조종석은 전망이 좋습니다. 두루 살펴보다 산 좋고 물 좋고 도시도 잘 발달한 곳이 나타나면 인근 공항에 여러분들을 안전하게 모셔 드리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예상 도착시간을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불확실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제가 30년 경력 조종사입니다. 저를 믿고 모쪼록 즐거운 여행 되시기를 바랍니다” 만약 이런 방송이 나왔다면 어떤 느낌이 드시겠습니까?

철학자인 하워드 헨드릭스 박사가 자신의 책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하듯’에서 언급한 비행기 조종사의 비유입니다. 비행기 여행의 경우 예외없이 승무원이나 승객 모두 분명한 목적지를 알고 탑승합니다. 그저 비행기를 조종하다 적당한 곳에 내리려는 방식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은 지구상에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생은 어떤가요?

비행기 여행보다 10만배 더 길고 100만배 이상 소중하고 가치 있는 우리 인생은 과연 어떤가를 꼬집는 비유입니다. 인생이라는 한 번 밖에 없는 소중한 비행을 터무니없는 기장 방송과 같은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고도 1만 5천 피트, 속도 300노트. 사회적 지위와 삶의 속도를 상징합니다. 조종 실력 또한 뛰어나지요. 그러나 속도와 고도에 집착한 나머지 정작 인생이라는 비행기가 어디로 날아가는 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경우가 흔합니다.

어떻게 내 인생이라는 비행의 목적지를 알 수 있을까요? 목적지가 상징하는 것이 어떤 신분이나 지위, 또는 성취의 목록들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생을 마친 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 주면 좋을까 하는 목록이 바로 그 목적지 아닐까요?

“더 사랑해 주지 못해서, 더 표현해 주지 못해서, 더 충만한 삶의 기회를 놓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은 이런 내용들입니다. “더 벌지 못해서, 더 쓰지 못해서, 더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해서”를 후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지요. 내 인생의 비행기는 지금 어디를 향해 날고 있는가? 나는 과연 내 인생의 목적지를 분명히 설정하고 있는가? 인생 파일럿(pilot)이 질문해야 할 기본적인 덕목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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