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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죽음에 대해

등록일 2019-03-20 19:32 게재일 2019-03-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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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은 10억 달러 매출로 세계 영화 신기록을 깼습니다. 남녀의 사랑을 중심으로 그렸지만 침몰 중 알려진 이야기 중에는 감동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구조담당 승무원 중 살아남은 찰스 래히틀러는 17쪽 분량의 상세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애스터(Astor)는 세계 최고의 갑부로 임신 5개월 된 아내를 구명 보트에 혼자 태워 보내며 강아지를 안고 시가를 피우며 외칩니다. “사랑해요. 여보!” 선원이 애스터씨도 보트에 타라고 권유하자 일언지하에 거절하지요. “사람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철강 갑부 벤자민 구겐하임은 화려한 턱시도로 갈아입고 말합니다. “죽더라도 체통을 지키고 신사답게 죽겠소!” 구명조끼마저 거부하고 신사의 품격을 지킨 그는 당당합니다. 후손들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립하지요. 메이시(Macy) 백화점을 세운 백화점 왕 슈트라우스씨는 세계 2위의 부자였는데 그는 사랑하는 아내 로잘리를 어떻게든 설득해서 구명보트에 태우려 애씁니다. 로잘리는 남편을 두고 혼자 구명보트에 오르는 것을 거부하지요. “당신이 가는 곳에 언제든 함께 했어요. 끝까지 함께 갈 거에요.” 부부는 팔을 꼭 잡은 채 최후의 순간을 기다립니다. 브롱크스 메이시 백화점에는 ‘바닷물로 침몰시킬 수 없었던 사랑’이라 새긴 부부의 기념비가 있습니다.

배가 급격히 기울고 물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삶과 죽음의 마지막 순간 사람들이 서로에게 외칩니다.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찰스 래히틀러는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한 후 기록합니다. “타이타닉의 마지막 순간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죽음조차 그 위대함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타이타닉호에는 일본인 탑승객도 있었습니다. 호소노씨는 잽싸게 여자로 변장한 후 10번 보트에 몸을 구겨 넣습니다. 귀국 후 이 사실이 드러나고 모든 일본 신문과 여론은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하지요. 10년 뒤 수치와 후회로 가득한 삶을 마감합니다.

내가 만약 타이타닉 최후 승객으로 후회 없이 죽음을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내적 원동력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죽지만 결코 나는 죽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그리고 나 자신. 후회없이 아낌없이 사랑하며 살며 배우는 오늘 하루였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꿉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주위 사람들과 이렇게 말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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