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에 폐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몸이 약해 10살까지 학교 문턱을 넘지 못한 소년이 있습니다. 친구들은 이미 4학년. 공부하고 싶어 학교를 찾았지만 나이가 너무 많다며 거절당합니다. 공부의 기회를 놓친 소년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혼자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중국을 대표하는 지성 린위탕(林語堂) 선생의 글을 접합니다.
“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자기만의 세상에 감금당한 꼴이다. 그들이 접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의 사람으로 보고 듣는 것이 신변 잡사를 넘지 못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바로 별세계에 출입을 시작할 수 있다.” 소년은 이 문장에서 빛을 발견합니다. 즉시 1천일 독서를 결단하지요. 3년 동안 도서관이나 친구들에게 빌린 책들을 미친듯이 읽기 시작합니다. 책에서 만난 롤 모델은 두 사람. 헬렌 켈러와 강철 왕 앤드류 카네기입니다.
나이 마흔 하나에 회사를 창업합니다. “25년 내에 세계적인 회사로 만들고 우리 나라에서 가장 좋은 땅에 가장 좋은 사옥을 짓겠습니다.” 1980년. 비전을 선포한지 꼭 23년째 되는 해 서울 광화문 1번지에 지하 4층, 지상 23층 사옥을 짓습니다. 교보문고와 교보생명을 설립한 대산 신용호 선생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도 밟아보지 못한 대산 신용호. 1천일 동안 책에 푹 빠져 지내며면 학력(學歷)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력(學力)이 위대한 것임을 몸소 체득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금싸라기 땅에 사옥을 짓고 지하 1층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교보문고를 개장합니다. “그 금싸라기 땅에 서점이요? 상가를 지어 분양해야 합니다.” 임원들은 극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산은 책이 자신에게 베푼 혜택을 기억합니다.
대산은 교보 매장을 매일 돌며 직원들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지침을 강조합니다. 첫째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이라도 반드시 존대말을 쓸 것. 둘째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셋째 책을 이것 저것 빼보기만 해도 눈총주지 말 것. 넷째 책을 앉아서 노트에 베끼더라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다섯째 책을 훔쳐가더라도 도둑 취급해 절대 망신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 조용히 말로 타이를 것.
대산은 비록 별똥별처럼 아름다운 궤적을 남긴 채 떨어졌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오늘도 우리 가슴에 남아 두근거리고 있습니다. 책을 펴 ‘별세계’에 출입을 시작하는 그대와 저의 하루를 설렘으로 맞이합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