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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사랑으로 최선을 다 하기

등록일 2019-04-07 19:34 게재일 2019-04-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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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거부 피츠제랄드 남작은 하나뿐인 아들과 아내를 동시에 사고로 잃습니다. 순식간에 가족을 잃은 슬픔에 남작은 폐인으로 지냅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남작은 슬픔을 잊기 위해 미술품 수집에 취미를 붙이게 되지요. 고대 그리스를 비롯, 로마 시대 및 르네상스 시대,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닥치는 대로 사들입니다. 세월이 다시 흘러 남작 또한 세상을 떠납니다. 유산을 상속할 자녀나 가족이 없는 남작은 미술품들을 경매에 부치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전 세계 수집가들이 소문을 듣고 모여듭니다. 한 소년의 초상화가 첫 경매 단상에 오릅니다. 누가 봐도 작품성이 떨어지는 초라한 그림입니다. “10파운드에 거실 분 안 계신가요?” 수집가들은 노골적으로 굳은 표정을 짓습니다. 사회자도 고집을 꺾지 않습니다. 싸늘한 분위기가 고조될 허름한 노인이 손을 듭니다. “내가 10파운드에 사겠소!” 몇 번이나 반복하며 20파운드에 걸 사람을 찾는 사회자에게 야유가 터집니다. 잠시 침묵하던 사회자는 “쾅!” 낙찰 봉을 두드립니다. 골칫거리를 치웠다는 생각에 수집가들은 박수를 치며 즐거워합니다. 긴장 섞인 표정으로 제대로 된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데 사회자가 말합니다. “이것으로 오늘 작품의 경매를 모두 마칩니다. 땅땅땅!” 모두 격렬하게 항의하지요. “남작이 남긴 진귀한 작품을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겨우 한 작품 팔고 끝이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사회자는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남작의 유언장을 찬찬히 읽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지요. “내 사랑하는 아들의 초상화를 산 사람에게 수집한 모든 작품들을 넘겨주십시오. 보잘 것 없는 작품이지만 아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소장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남겨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산 노인은 평생을 피츠제랄드의 정원사로 일했던 사람입니다. 남작이 평소 아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알았기에 전 재산 10파운드를 털어 작품을 구입했던 것이죠. 사랑으로 가득한 최선의 선택이 뜻밖의 행운을 불러왔습니다.

자사(子思)는 중용에서 말합니다.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매 순간 지극한 정성으로 사랑을 쏟는 일. 마주하는 한 생명에게 나의 진심을 전하는 것. 오늘 우리가 실천해야 할 소중한 일이 아닐까요? 비록 정원사의 행운이 뒤따르지 않는다 해도 말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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