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2020년 포항경제의 5대 과제

등록일 2020-02-02 19:05 게재일 2020-02-03 17면
스크랩버튼

2020년 포항경제는 2019년보다는 희망적일 것이다. 세계 경제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외부요인이라고 가정할 경우 포항 지역경제 전망을 살피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철강생산은 세계 교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전년 수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지역 제조업 설비투자도 기존 설비의 유지보수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고용도 은퇴 인력의 빈자리를 메꾸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건설투자는 지진복구 등에 대한 기대감과 저점을 확인한 아파트 등 부동산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전년보다는 나아질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도 다소 회복하고 도쿄 하계올림픽 등에 따른 가전특수 등으로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일 것이 기대된다. 따라서 종합적인 경제지표는 적어도 전년과 비슷하거나 미약한 우상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절대 수치 자체는 낮을지라도. 이러한 전망하에 포항은 과연 2020년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현실을 직시한 상황에서 어떠한 이벤트에도 포항이 대처 가능한 탄력적인 체질을 갖추어야만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아래의 5대 과제만큼은 적어도 유의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진복구사업의 로드맵을 5월 말까지는 완성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해 끄트머리에야 겨우 지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모든 사업이 법만 있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에서 ‘예산’이라 부르는 ‘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예산’이라는 것은 미리 정한 대로 지출하는데 일반적으로 그해 사용할 돈은 그 전해 7월이면 정해진다. 아쉽게도 지진 특별법 자체가 연말에나 통과되었다. 이는 중앙정부가 특별히 선심을 쓰지 않는 한 특별법에 기반한 예산집행이 2020년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항은 시행령이니 규칙이니 하는 세부적인 절차 마련에 적극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어느 부문에 어떤 사업을 얼마의 예산으로 언제까지 투입할 필요가 있음을 중앙정부에 주장하기 위한 최종사업계획의 청사진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두어야만 한다. 구체적인 견적까지 포함한 계획서를 늦어도 5월말 정도까지는 예비해두어야만 긴급 예비비라도 올해 당겨쓰거나 늦어도 2021년에 필요한 ‘돈’을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 중장기 포항발전방안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 총선 이후 ‘4자회담’을 통해 지역 주요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를 7월 말까지는 확정할 필요가 있다. 포항경제라는 물레방아가 정상작동하려면 일반적으로 3개 축이 필요하다. 포항경제라는 물레방아로 물길을 유도하는 홈통과 마지막 방아머리를 조절하는 역할은 ‘행정’이다. 물레방아의 핵심인 물레바퀴가 ‘포스코’라면 이와 연동되어 작동되는 방아굴대와 눌림대는 지역 기업들이 모인 ‘상공회의소’다. 평상시에는 이 ‘3자’에 의해 지역경제가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올해는 4월 21대 총선이 있다. 선거법 개정 등으로 포항 정계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포항의 대표선수로 중앙정치에서 활약할 21대 국회의원은 지역 현안이 무엇이고 그 완급과 시한에 대해 충분히 지역경제의 ‘3자’와 공감하고 결정하는 데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포항경제라는 물레방아가 지속 정상작동할 수 있게 된다. 총선종료와 동시에 지역에서는 반드시 포항경제의 앞날에 대한 중요 핵심사안과 우선순위를 ‘4자회담’을 거쳐 확정하였으면 한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4자의 대표선수가 바뀔 때마다 포항의 앞날을 위한 전략을 새로 짜내느라 세월만 허비하기 쉽다.

영일만관광특구는 포항상륙작전 70주년의 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포항이 낙동강 방어선의 격전지로서 포항상륙작전을 성공시키고 형산강전투로 대반격에 나선 증거는 지금도 포항의 전적비, 전승기념관 등에 생생히 살아있다. 방문자가 즐겁지는 않더라도 전쟁과 평화, 한국전쟁 당시를 되새기며 호국 정신을 일깨우는 포항만이 가능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포항의 숭고한 관광자원이다. 마침 2020년은 포항 상륙작전을 포함한 기계 안강전투, 형산강 전투, 비학산 전투로 이어지는 한국 아니 포항 전쟁 70주년이다. 대대적으로 관광방문객들에게 호국 도시 포항을 영일만 관광특구와 연계, 홍보한다면 포항 관광의 새로운 콘텐츠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왕이면 세계 각국에서 포항전투에 참전했던 참전용사 가족들까지 초청하는 행사도 나쁘지 않다.

국제크루즈의 오아시스 농수산식품 가공유통센터 조성계획을 10월 말까지는 확정하자. 포항이 오랫동안 바랐던 영일만항의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공사도 올해 마무리된다. 하지만 국제크루즈산업은 단지 항만에서 크루즈선이 출항하거나 기항한다고 절로 관련 산업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경제효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크루즈 관광객들이 도착한 항구도시에서 먹고, 자고, 사고, 즐기는 데 기꺼이 그들의 지갑을 열어야만 가능하다. 문제는 포항에 그들이 돈을 마음껏 쓰고 싶어도 이를 수용할 ‘소비기반’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특급호텔, 면세점이나 카지노, 고급음식점 등 소비기반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항은 대안 마련에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영일만항의 장점인 냉동 냉장 컨테이너 처리능력과 궁합이 맞고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한 식품 가공산업은 안성맞춤이다. 이왕이면 가공은 물론 식품전시 및 판매까지 모두 갖춘 ‘농수산식품 가공유통센터(가칭)’를 항만 배후단지에 만들면 좋겠다. 게다가 웰빙 시대에 맞는 ‘햇섭(HACCP)’이나 ‘할랄(HALAL)’인증까지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 센터는 관광객에게 보고, 먹고, 사는 것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 게다가 언제든지 페리선, 컨테이너선, 크루즈선 할 것 없이 그들에게 식료품을 공급하는 기지도 될 수 있고 대북경협사업의 한 꼭지도 될 수 있다. 이는 사막과 같이 끊임없는 망망대해를 거친 선박이 보급품까지 조달하는 국제크루즈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엔 최소한 조성계획만이라도 확정하였으면 한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실리적 지역참여전략을 마련하자. 모두 남북 또는 북미 간 정상회담만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이후다. 유엔제재가 풀려야만 비로소 남북 간의 경제협력사업이 정상 가동될 수 있다. 물론 순식간에 실현될 수도 있다. 때가 되면 지역마다 대북경협사업을 선정하니 누가 나설 것이니 하며 호들갑을 떨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어쩌면 미국, 일본 등은 준비를 마치고 그들의 ‘국익’ 극대화를 위한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포항의 지정학적 위치가 어떻고 대북 전진기지로서 가장 적합하다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미리부터 지역 산업계 모두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 대북사업이 개시되었을 때를 대비해야만 한다. 대북관광사업프로그램, 북한의 철도현대화와 러시아-북한-남한으로 이어지는 가스파이프라인의 바람직한 공급노선계획과 지역 철강업계의 참여 가능성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치밀하게 주판을 튕겨둘 필요가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의 시사포커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